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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선교용 모금운동 이대로 좋은가

                                                                                                                                                                                        노기제(통관사)

 

   “카드 쓰세요. 카드도 받습니다. 수표 쓰시는 분은 blank로 두시구요. 이왕 쓰시는 것, 많이 쓰세요. 천 불, 이천 불. 흐흐흐흐흐.”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농담처럼 묘한 웃음소리까지 흘리는 저 사람이 지금까지 스무 남짓 청중들의 가슴을 잠간 열게 했던 그 사람인가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된다.

   더위가 기승을 떨던 어느 여름날, 청소년 선교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으니 함께 해 주십사는 고운 초대장을 텍스트로 받았다. 문인들 모임과 겹친다. 살짝 망설이게 됐다. 내가 참석해야하는 모임의 우선순위는 물론 문인들 모임이다. 그러나 어떤 핑계를 내세워 거절한다면 예수님 앞세워 가까워진 친구에겐 상처가 될 것이다. 청소년 선교? 작은 음악회? 내게 익숙한 카타고리는 아니다.

   값싸고 입을만한 옷가지들이 보이기에 자주 드나들었던 가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의례히 전하게 되는 예수님 얘기를 조심스레 건네고 마침 신실하게 교회를 섬기는 집사님이다. 공통의 화제가 있으니 만나면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용기를 얻기도 하고 위로를 주고받고 올바른 믿음 생활을 위해 고민도 함께 하게 된 귀한 친구의 초대에 응하게 됐다.

   가정집을 오픈해서 거실에 의자 20 여개,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처음 경험이다. 어떤 종류의 음악회인지 의아했다. 교회에서 Song Service 하는 예쁜 학생이 열심히 연습중이다. 맑고 투명한 찬양에 은근히 안정되는 느낌이다. 내가 첫 번째 청중이다. 조금 불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귀에 익지 않은 곡이지만 가사만은 예수님 찬양이다. 자작곡이란다. 간증을 다듬어 가사를 쓰고 거기에 곡을 붙여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대견하다.

   집을 오픈해 준, 주인이 마련한 간단한 저녁식사도 감동이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은 분이란 뒷말이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확실한 모임이라 생각했다. 슬그머니 마이크를 잡고 너스레를 떠는 주인공. 한국에서 온 성악가. 미국 공연이 빈번했던 장로님이란다.  

   청소년 선교를 위한 작은 음악회라고 해서 왔는데 웬 이렇게 파삭 늙은 청소년들만 보이냐고 제법 신중한 질책이 거슬린다, 언 듯 보기에 6070대 여성분들이 청중이라 나도 좀 놀라긴 했다.

   본인은 얼굴 못생긴 여자가 싫다면서 결혼 전 성가대에 처음 나온 지금의 아내를 목숨 걸고 자기 여자로 만든 얘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고 없이 말기 간암 선고를 받고 27세 막내딸의 간을 받아 다시 살게 된 경험담도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자신도 미국 시민권자 라며 막노동에 찌든 이민자들의 미국생활을 한심하다는 듯 풀어내는 말솜씨가 거칠다.

   세종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면 십여만 원짜리 티겟이 완판인데 이런 곳인 줄 모르고 왔다나. 모든 수익금은 선교사들을 위해 쓰인단다. CD를 판매 할 예정이었지만 그냥 줄 테니 선교헌금이나 좀 많이들 내라는 소리에 그만 마음을 바꾸고 지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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