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표

2020.06.22 12:40

이성수 조회 수:18

 꼬리표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이성수

 

 

 

 

  이 지구상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이름이다. 누가 합당하게 붙여 부르게 되었는가 생각할수록 신통하다. 그 어원이 분명히 있고 이름 뒤에는 꼬리표가 붙어 따라 다닌다. 그 중 사람의 꼬리표는 금방 떠올라 내 가슴에 자리하게 된다. 사람은 양심이 있어 그 꼬리표 때문에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제약을 받는다. 젊은 날에는 살기에 바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은 살아온 인생이 어떻게 살았는가 뒤돌아 보게 된다.

 사람이리면 좋은 소리를 듣고 살기를 원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 남보다 우월해 보이려는 자존감이 있다. 내가 만들지도 않았는데 남들이 평소 나의 행동을 보고 꼬리표를 달고 말한다. 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관심은 가지만 좋은 것은 묻히고 나쁜 것은 사람들의 입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인간으로서 욕먹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을 욕하기는 쉬워도 자비존인自卑尊人이라 나를 낮추어 말하고 상대를 존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걸어온 길이 있어 존경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의 거울이 눈여겨 보인다.

 테니스모임에서 연장자이신 백 교장선생님은 몇 년째 기부행사를 하고 계신다. 배려하는 마음은 삶의 존재가치가 한층 더 성숙되어 보인다. 선물을 받을 때면 괜히 마음이 더 부드러워진다. 우리와 맺어진 정이 15년이 넘는다. 그동안 선생님은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2일 운동을 한다. 회원 모두에게 선물을 한 아름씩 주면서 금년에는 집에서 퀴즈, 게임, 놀이를 통해 우리와의 관계를 두텁게 한다. 말은 쉬워도 남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각자 자기의 품격이 있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가진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사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존경을 받고 떠난 사람들이 많다. 빈손으로 떠난 김수한 추기경, <한줌의 재>를 남긴 성철 스님, 지인용을 갖춘 군자들, 살신성인殺身成仁 빛나는 삶이 있기에 오늘의 세상이 있는 것 같다.

  알면서도 내 아집대로 이기심을 가지고 삶을 영위했던 시간들을 안타까워하한다. 누가 더 배움을 가지고 주변의 품격이 있는 사람과 만나는가도 보인다.

 어제는 관용과 포용을 익혔고 오늘은 정직으로 살며 내일은 신뢰를 기다린다. 같이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관과사지인의觀過斯知仁矣라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적 행동을 보고 덕을 가늠하는 잣대를 눈여겨 본다. 세상에 태어난 기본 인품을 고치기는 힘들지만 그 가정의 가풍에서 풍기는 사람됨의 품격은 무시할 수 없다. 내 그늘에서 같이 자란 가족, 내 뜻과 함께 자랐다. 지금은 아들들이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고 넓어지다보니 자기의 새로운 가계가 있음을 알게 한다. 가끔 주변에서 부모의 DNA를 닮아 죽고 사는 것을 보면서 수긍해보는 웃음을 짓는다. 아버지가 폐가 좋지 않으니 아들도 그렇고, 안경 쓰는 것, 대장 암, 평발, 고혈압, 당뇨, 손떨림, 말씨와 걸음걸이, 등 살다가 여러사람의 말과 모임에서 종종 듣는다. 그런데 한 가지 꼬리표도 가계의 유전을 받지만 나의 노력여하에 따라 많이 달리 형성되므로 평소 좋은 환경과 교육이 중요하다.

 내가 붙이지는 않았지만 오늘도 내 얼굴을 보고 자기 꼬리표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이라도 내 꼬리표가 어떤 것인가 한 번정도 생각해 볼 나이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꼬리표가 별로 길지 않았다. 차차 나이가 들면서 어떤 색인지 모르지만 점점 길어진다. 지난번 총선에서 막말을 해서 떨어졌으면 했던 국회의원 후보 15명 정도를 국민들이 낙선시킨 것을 보고 꼬리표가 보이지 않지만 옳고 그른 예지력은 내 예측과 함께했다.

 

  나에게 웃으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선배의 부인이 있다. 30년 인연을 갖고 시간이 날 때 가끔 선배를 만난다. 오늘도 당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그 선배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마치고 나를 바꾸어달라면서 “선생님, 식사 값 내지 마세요!” 하며 미리 나오라고 한다. 평소 남편의 꼬리표를 잘 알고 있기에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냥 나오라 하여 한바탕 웃었다.

 가면 갈수록 세상은 유명 브랜드 상표가 가격을 형성하듯 사람의 꼬리표가 그 사람의 인격과 품위를 결정한다. ‘오늘은 어떤 꼬리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가’ 그 사람의 품위가 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을 세세히 쳐다본다. 지금껏 어떻게 사셨는가 시간이 흐르면 한 눈에 들어온다.

 내가 만들지 않은 꼬리표지만 분명히 내 이름과 함께 내 뒤를 따르고 있다. 한 번 붙은 꼬리표는 지우개로 지우고 싶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름과 함께 얼굴에 씌어져 있다죽어서도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다행히 인의예지신仁義智信을 깨우치고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기왕 이 세상에 태어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자기 주관대로 살지만 “그 사람 너그럽고 정직한 사람이었어!” 하고 듣는 꼬리표를 남겨봄직도 하다.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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