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두 눈

2020.06.23 14:25

한성덕 조회 수:1

 또 다른 두 눈  

                                                                    한성덕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두 개의 눈을 가졌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서 똑같은 사물을 보고 생각하며 말하는 게 참 신기하다. 만약, 두 눈이 앞뒤 상하좌우를 따로따로 보고 말한다면 어떨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좋을지는 몰라도 상상할 수 없는 끔직한 일들이 처처에서 벌어질 것이다. 조물주의 위대하심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두 눈만 그렇겠는가?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눈 외에 또 다른 두 눈이 있다. 하나는 육의 눈이요, 다른 하나는 영의 눈이다. 육의 눈은 육신의 것을, 영의 눈은 영적인 것을 본다. 사람의 두 눈이 좋은 것을 보아야 세상은 밝고 아름다우며 살맛이 난다. 영의 눈에서 허깨비나 악마와 귀신들이 오락가락하고, 육의 눈은 정욕에 사로잡혀서 더럽고 추잡한 것을 본다면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삼손은 성경의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사사(지도자)로서 ‘나실인’이었다. 나실인이란, ‘구별된, 봉헌된, 성별된 자’를 뜻한다. 독주나 어떤 부정한 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께 자신을 거룩하게 드리기로 서원한 사람이다. 삼손은, 출생 전에 이미 부모의 서원으로 나실인이었다. 하나님은 삼손에게 특별한 힘과 재능과 지혜를 주셨다. 힘이 얼마나 센지 맨손으로 사자의 입을 찢었다. 나귀 턱뼈 하나로 블레셋 사람 1,000명을 죽였다. 블레셋 사람들에게 아내를 빼앗기자 여우 300마리를 붙들어 꼬리와 꼬리를 매 홰를 달았다. 곡식과 과수원으로 내몰아 불살라 버렸다. 임종 시에는 블레셋 사람들 3,000명가량을 건물로 덮어버렸다. 일반 역사에서도 그 유례가 없는 괴력의 삼손이 아닌가?  

  삼손의 능력은 초월적이었다. 그러나 영과 육의 눈은 아주 나쁜 사람이었다. 매혹적인 여인을 보면 두 눈이 혼미해져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율법이 금지한 이방여인과 결혼했다가 실패하고, 기생 들릴라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 유혹의 미끼에 걸려들어 치근덕거리는 그녀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세 번을 버티지 못한 삼손은, 그의 힘이 머리털에서 나온다는 비밀을 토설하고야 말았다. 들릴라는 삼손을 자기 무릎에서 잠재우고 블레셋 사람들을 불렀다. 당장 두 눈을 뽑고 놋줄로 묶었다. 이스라엘의 사사가, 블레셋 지역에서 맷돌을 돌리는 천박한 종으로 전락했다. 3,000여 명의 사람들이 삼손의 재주에 희희낙락거리며 야단법석이었다. 천한 것만 보던 육의 눈이 뽑혔으니 영의 눈도 온전하겠는가? 당연한 결과였다. 삼손은 그제야 비로소 영의 눈을 떴다. 자신을 붙든 소년에게 두 기둥사이로 안내를 부탁하고,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간청했다. ‘나를 생각하셔서 한 번만 강하게 하사, 두 눈을 뺀 저 블레셋 사람들의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나님은 삼손을 내치지 않으셨다. 참회의 눈물을 받으시고 마지막 힘을 주셨다. 양손으로 두 기둥을 힘껏 밀어내자 건물이 와그르르 무너졌다. 그때 죽은 사람이 살았을 때 죽인 사람들보다 더욱 많았다. 사사로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어려서부터 보고 듣지 못한 헬렌 켈러는, ‘당신이 두 눈을 갖고도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보고 놀라지 않는다면 당신이야말로 맹인’이라고 했다. 영의 눈에 앞서 육의 눈이 망가진 자들 때문에 세상은 늘 운다. 영과 육의 눈이 멀쩡해야 좋은 것을 보고 말하며 사람답게 산다. 인간에게만 주신 조물주의 선물인 두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생각하고, 말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다.

                                             (2020. 6. 21. )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27 하루에 20분을 더 걸으면 신선자 2020.06.30 4
1626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 박제철 2020.06.30 1
1625 반디지치 꽃 백승훈 2020.06.30 2
1624 느린 엘리베이터 두루미 2020.06.29 45
1623 만리장성 팔달령 모택동 2020.06.28 36
1622 순국공원에서 만난 이 충무공 고안상 2020.06.28 10
1621 조중동 펜 꺾기운동 조선컴 2020.06.27 15
1620 웃음꽃 김창임 2020.06.27 46
1619 아내의 세 번째 수술 한성덕 2020.06.27 5
1618 그리운 추억의 초상들 곽창선 2020.06.26 33
1617 [김학 행복통장(81)] 김학 2020.06.26 31
1616 어머니의 이불 정근식 2020.06.26 46
1615 첫 기억 소종숙 2020.06.26 5
1614 필암서원을 다녀와서 신효선 2020.06.25 35
1613 한국이 대단한 이유 톱5 두루미 2020.06.25 36
1612 묵향에 취해 10년 구연식 2020.06.25 42
1611 내 삶의 자리를 내려다 보며 소종숙 2020.06.24 37
1610 병아리 사육 김현준 2020.06.24 9
1609 조선시대에도 자가격리가 있었다 이종근 2020.06.24 6
» 또 다른 두 눈 한성덕 2020.06.2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