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자리를 내려다 보며

2020.06.25 04:57

소종숙 조회 수:3

내 삶의 자리를 내려다 보며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소종숙

 

 

  스위스 분석 심리학자 (Jung)은 마음안의 마음을 ‘심혼’이라 표현했다. 우리는 때와 장소에 따라 사회적 가면(Persona)을 쓰고 살아가지만, 늘 ‘심혼’을 향해 들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 안에 빛이 있다. 빛은 생명이다. 생명을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육신의 욕망과 오만가지 생각으로 어지럽히는 검은 그림자는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면 줄행랑을 친다. 캄캄한 밤에 희미한 불빛만 비춰도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길을 찾는다. 빛은 어둠을 몰아내지만 어둠은 빛을 몰아낼 수 없다. 하나님은 빛으로 내 마음에 계셔서 나를 지켜 주신다. 하나님을 믿으면 빛 가운데 하나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어둠은 물러가고 마음에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내 삶의 자리를 내려다본다. 태어난 근원에는 물이 많은 지상에서 태어난 듯싶다. 우리 집 후원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대밭 속에도 옹달샘이 흘러넘치며, 산 밑에도 옹달샘이 있었다. 눈 내리고 얼음이 어는 추운 날을 빼고는 사시사철 개울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곳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독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외롭게 자랐다. 내 고향은 익산군 금마면 서고도리다. 높이 솟은 미륵산과 용아 산, 오금이 묻혀있다는 오금산과, 백제 무왕이 된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흐르는 곳이다. 아버지가 애틋하게 돌봐주셔서 고생은 잘 모르고 살았다. 밤이면 천자문을 읽고 쓰고, 학교 갔다 와서는 책을 읽다가 뒹굴뒹굴 노는 게 내 삶이었다. 어릴 적 몸이 자주 아파서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아버지는 내 뜻을 다 받아주시며 우리 5남매를 길러 내셨다.

 

  고생을 안 것은 결혼해서 부터였다.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제 긴 터널을 통과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 길을 또다시 가야한다면, 나는 그만 주저앉아  버릴 것 같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달려온 삶이다. 과거에는 힘들게 살아왔지만 현재와 미래에는 기쁜 일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 지난날을 회상하니 남편의 사업은 실패를 거듭했고, 그런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쳤다. 참다못해 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빈혈이 심하여 승강기를 못타고 걸어서 올라 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게 주어진 삶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발작성 빈맥이라는 심장질환으로 맥박이 삼백까지 올라가 산소호흡기를 네 번이나 달기도 했다. 독성간염으로 간수치가 2천을 넘었을 때도 나는 내가 돌아갈 하늘나라가 있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연장시켜 주시고, 지금까지 하나님 은혜로 살고 있다. 또 한 번은 간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의사들이 걱정할 때 꿈속에서 성경말씀(시편23)을 읽게 하셨다. 5,“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할 때 원수들이 나를 향해 겨누던 화살이 일제히 빗나가는 꿈을 꿨다. 일어나니 간수치가 떨어져 있어 퇴원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을 통해 병 고치는 능력을 나타내셨다.

 

 나는 하나남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며 기쁘게 살다가 하나님 나라로 갈 것을 믿는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 없는 어린양 보좌로부터 생명수 흐르는 곳, 내 모든 눈물을 씻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시는 곳으로 주님이 인도해 주실 것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결혼 후 내 가정은 남달리 특별했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갈 때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듯이, 나에게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환점이 있었다한 가정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 향기를 뿜어내듯이 꿋꿋한 견딤이 있어야 했다. 굴속에 ‘나카’라는 물질이 들어오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고 한다. 그 역경을 견딜 때 비로소 아름다운 진주가 만들어지듯이,우리 가정도 이와 같이 탄생을 했다. 그동안 남모르게 흘린 눈물과 수많은 고통의 삶이 없었다면, 오늘날 삶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글을 쓸 재료가 없었을 것 같다. 행복은 필시 고통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자녀들에게 부모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죄 짓지 않고 살려고 늘 기도한다. 또한, 기쁘게 살려고 한다. 가족은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공동체다. 자녀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화목의 유산. 기도의 유산을 물려주어야 복을 받는다. 하나님께 두 손을 모으면 어둠은 물러가고 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도하는 자녀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식을 눈으로만 보는 부모가 되지 말고 가슴으로 보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접만 받으려하지 말고,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다.

 

  내 마음에 하나님이 계셔서 행복하다. 나는 자녀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남편이 건거강해서 감사하다. 지금은 글동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만족도는 십 점 만점에 칠 점을 주고 싶다. 나는 되도록이면 남의 험담을 하거나 공연히 헐뜯지 않는다. 상대방의 장점을 보면서 칭찬해주고 잘되었을 때 같이 기뻐해주었다. 사람들에게 선량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몸이 건강하지 못한 탓으로 육체적 노동을 잘 하지 못한다. 일하는 곳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함부로 가지 못한다.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아쉬움이 많다.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돈 버는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지혜가 부족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했다. , 중년에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노년에는 그나마 모아 놓은 돈을 아들후배에게 투자했다가 한 달 만에 그 사람이 멀리 도망가 버리고, 집 세 채를 한꺼번에 없애는 경험도 했다. 그 뒤 아이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하고 현재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는 0점이지만 자식들이 건강하고 다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감사하다. 큰아들은 대기업에 다니다 직업을 바꿨다. 수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며느리는 제일은행 행원으로 근무하다 직업을 바꿔 YWCA소속 가정폭력여성들을 관리하는 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도지사님의 표창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흐뭇했다. 작은아들은 간부경찰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으며, 며느리는 수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큰 걱정 없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칠점으로 매겨본다.

 

    황혼녘에서

 

석양아래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지나가는 세월의 발목을 누가 잡아두랴

내 삶이 황혼녘에 다달았다고 생각하니

세월의 무상을 느낀다.

무언가 도전해 보고 싶었던 욕망이

밀물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꿈이 있다면 한 줄의 글이라도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글을 남기고 싶다.

                                    (202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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