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2020.06.27 19:17

김창임 조회 수:4

웃음꽃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세계는 지금 코로나 19로 야단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늘 웃음꽃을 피워야 한다. 우리 집 웃음꽃은 내가 많이 피운다. 남들은 나더러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무덤덤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행히 남편도 내가 피우는 웃음꽃과 어깨동무하며 춤을 추려고 하는 편이다.

 어제저녁에 둘째아들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나와 대화를 실컷 하고 난 뒤에

 “너의 의붓아버지 바꿔 줄게.

라고 말했더니, 아들이 엉뚱한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전선을 타고 흘러들어와 내 귀를 간지럽게 했다.

 남편은 나더러

 “착한 아들은 맨날 다 자기 아들이라고 하네.

라고 벙긋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둘째는 항상 먼저 나에게 전화를 하며 엄마의 건강에 관심이 많다. 내게 맞는 건강식품을 싼값에 사서 보내주는, 나에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들이자 친구다. 때로는 남편에게 섭섭한 말을 들었을 경우에도 나와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내가 남편한테 상처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내 편에 서서 위로해주려고 애쓴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약간 서운해 하는 모습이 오히려 우습다. 나는 남편에게

“나처럼 아들이 어릴 때 기저귀도 잘 갈아주고, 우유도 먹여주고, 밖에 나가서 함께 놀아주었더라면 그 애가 당신에게 먼저 전화할 거예요.

라고 놀리며 웃는다.

 조금 있으니 남편에게 전화가 온 모양이다.

 “누구예요?

 라고 내가 묻자. 이번에는 남편이 톤을 높여가며  

 “내 아들 셋째여.

라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대꾸한다. 셋째는 남편 쪽을 닮아 넉살이 좋다. 우리는 서로 마주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주인공들이 악수하면, 남편이 얼른 내게 악수를 청하며 하하하 등을 두드려주면 내가 얼른 남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하하하 한다. 식사를 할 때는 먼저 밥 한 숟갈을 떠서 서로가 눈빛을 교환하고, 웃음을 띠면서, 어깨가 짧은 나와 어깨를 걸려고 엉거주춤해진 남편의 모습이 우습다. 그리고  러브 샷을 한 뒤에 비로소 식사를 한다.

 

 남편이 무엇을 찾으려고 하면 나는

 “누나가 찾아줄게.

라고 말하며 웃음꽃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어처구니없어 하더니 요즘에는 많이도 달라진 모습이다. 내가 그럴 때마다 남편은 기어이 자기에게 ‘오빠’라고 하란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다시

 “우리 친정 오빠 같이 의젓하고 참을성 있고 화내지 않아야 오빠라고 하지, 저렇게 철이 안 든 사람에게 나는 도저히 오빠라고 못합니다. 오빠란 말을 하려고 하면 입에서 구역질이 나려고 합니다.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난다거나, 아니면 더러운 것을 나대신 먼저 치운다거나,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 당신이 나서서 해야지 그런 일은 전부 내게 하라고 하면서 어떻게 오빠라는 소리를 듣고 싶을까?

라고 대응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킥킥킥 웃는다.

 어느 날, 남편이 쓰레기를 버리고 온 줄 알면서도

 “어디 갔다 왔지요?

라고 말했더니

 “당신이 나더러 철이 너무 안 들었다고 해서 몸에 철 좀 많이 넣고 왔어.

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때로는 야리꾸리한 말을 하면서 서로 배꼽을 잡는 게 우리 부부다. 또 아무런 문제가 없이 생긴 남편 얼굴을 놓고서도 눈은 실눈이라며 같이 웃고, 코는 구멍이 아주 커서 트럭도 드나들겠다며 같이 웃고, 이는 가지런히 예쁘게 나 있는데도 너무 작아 큰 코와 비율이 맞지 않는다며 웃고, 키는 남자니까 우리 아들들처럼 커야지, 이렇게 작달막하게 생겼다며 웃고,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게 우리 부부다.

 사실 그러한 말을 할 자격이 조금도 없는 내가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가끔 푼수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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