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귀환

2020.07.07 17:20

전용창 조회 수:21

영웅들의 귀환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용창

 

 

 

  올해가 6·25전쟁 70주년 되는 해다. 얼마 전 기념행사가 대통령 내외를 비롯하여 유엔군사령관, 각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서울공항에서 열렸다. 147분의 참전용사 유해가 이역만리 미국 하와이에서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들을 ‘영웅’으로 환영했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7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신원을 알 수 없다고 했다. TV를 시청하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침울했다. 기념행사는 「늙은 군인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 ~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이하 생략)

 

 행사 중간에 희생자들에게 명복과 경의를 표하는 참전국 정상들의 매시지가 영상으로 올라왔다. 독일은 올해가 통일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연설한 영상을 보내왔다. 두 팔에 힘을 주며 유창한 영어로 연설하는 그의 모습에 내 팔도 힘을 느꼈다. 이제껏 본 트럼프 대통령 모습 가운데 가장 멋지게 보였다. 주일대사의 모습도 보였으나 분단국을 만든 원흉이기에 일본의 매시지는 없었다.

 

  충혈된 눈동자에 입술을 굳게 다문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가 시작되었다. ‘나도 피난민의 아들입니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남북한 체제 경쟁으로 국력을 소모해서도 안 되고 서로 인정하며 상생하기를 바란다는 주문이었다. 통일을 이루기 전에 먼저 화해와 평화가 이룩되어야 한다며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원고도 보지 않았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간간이 말문을 닫은 채 지그시 눈을 감기도 했다. 아직도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23천 명에 달하는 전사자의 송환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며 참전용사의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 6·25 전쟁으로 국군 138천 명이 전사했고, 45만 명이 부상당했으며, 25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10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 학살, 부상으로 희생되었고, 10만 명의 어린아이가 고아가 되었으며, 320만 명이 고향을 떠났고, 1천만 명의 국민이 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UN군 참전용사를 위하여는 2020년 말까지는 워싱턴에 ‘추모의 벽’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이어서 육해공군 해병대의 군가 제창이 있었다. 해병대 군가 ‘나가자 해병대’가 시작될 때는 나도 힘차게 따라 불렀다.

 

 ‘우리들은 대한의 바다의 용사 / 충무공 순국 정신 가슴에 안고 / 태극기 휘날리며 국토통일에 / 힘차게 진군하는 단군의 자손 / 나가자 서북으로 푸른 바다로 / 조국 건설 위하여 대한 해병대’(이하 생략)

 

 노래를 부르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9381683’ 군번을 선창하고 있었다. 내가 근무했던 백령도의 푸른 바다가 눈에 선했다. 멀리 장산곶이 보이고, 심청이가 빠져 죽었다는 연봉도 보였다. 그때 백령도 해안 진지에서 해주만을 바라보며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게 너무도 비참한 기분이었다. ‘어메이징 송’이란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유엔기로 감싼 미군 유해 6구를 유엔군에 인계하자 운구차는 떠났다.

 

 우리 민족은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서 온갖 핍박과 고통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들의 행태는 형제, 친지를 서로 모함하게 하고 사상을 빼앗았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였다. 일제의 세뇌 교육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은 이제는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어야 했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지구상에 분단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3·1운동 기념일, 6·25 전쟁 기념일, 8·15 광복절이 이어지는데 이 모두가 일본 때문에 생긴 기념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기념일이 끝나면 다 잊는다. 나는 기념일마다 아들에게 말한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대통령은 일본대사가 들으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6·25전쟁으로 인하여 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다고 했다. 패전국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일본은 오늘날 서방 선진 G7 강대국이 되었다. 최근에도 미국에는 추태를 보이며 비위를 맞추고 우리에게는 경제 침략을 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했다. 한국경제의 급소를 찌른 것이다. 남북한 관계개선을 훼방하며 미국이 우리나라를 G7에 초대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강대국 반열에 서는 것을 막고 있다.

 

   어릴 적에 부르던 노랫말이 생각난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은 믿지 말라. 일본은 일어선다.’ 그때 노래가 현실이 되었다. 일본의 경제력과 국방력은 우리의 3배 가까이 된다. 1인당 GDP는 우리가 3만 불, 일본이 4만 불로 우리는 개인이 부자고 일본은 국가가 부자다. 해외에서 사들인 일본 땅이 본국의 영토면적 정도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외국 자본 지분이 우리는 40~50%지만 일본은 10% 내외라고 하니 일본이 세계 3대 강국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일본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세계에서 독서율이 가장 높다. 노벨상 수상자만도 30여 명에 달한다. 정치적으로도 안정이 되었다. 해방 이후 자민련 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으니 당파싸움이 없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 조상의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몇 대가 이어가고 있다. 내가 본 일본인은 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공중질서가 몸에 배어 있다. 오늘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영웅들’은 태극기 강보에 싸여있었지만, 그들은 말하고 있다.

“제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세계강국이 되어 다시는 외세의 침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며, 우리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도 안 된다.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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