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감자를 심고

2020.07.25 00:53

윤근택 조회 수:10

‘가을감자’를 심고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살아오면서 겪은 ‘아주 작은 이루어냄’들은 살맛을 돋우곤 하였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나는 상토[床土; 피트모스(peatmoss)] 상자에서 싹을 틔운 ‘가을감자’를 본밭에 내다 심고 잠시 희열에 잠긴다. 참, 상토로 쓰는 ‘peatmoss’에 관해서도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소개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수생 식물이나 습지 식물의 잔재가 연못 등에 퇴적되어 나온 흑갈색의 ‘홑알구조’의 토양’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보수력 및 통기성이 뛰어나다. 다시,‘peat-’는 ‘이탄(泥炭;土炭)-’을 뜻하며, ‘-moss’는 ‘-이끼’를 이른다. 다시, ‘moss’는 ‘mother(어머니)’의 희랍어다. 이끼가, ‘수많은 미생물을 기르고 있는, 어머니’인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러니 길가다 마주친 ‘이끼’를 깔보아서는 아니 된다. 또, 농부한테는‘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비유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그 어디에든 이끼가 끼어야 한다. 사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위 정도의 ‘정보공유 서비스’는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

  내 이야기의 물꼬를, 다시 내가 심은 가을감자 내력으로 돌려야겠다. 사실 본디 가을감자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이른바 ‘하지감자’를 가을감자 종자로 둔갑시켜(?) 심는 데 불과하다. 하지만, 감자는 대 여섯 종 종류인데, 품종에 따라 70~90일의 이른바 ‘휴면기(休眠期)’가 제각기 있어, 이 ‘휴면기를 타파’해야만 싹을 틔운다. 참, 휴면이란, ‘저온 등 특수한 환경조건에서 또는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 형태’를 일컫는다. 이를,‘겨울잠을 자야 싹을 틔운다.’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나는 대학시절에 익힌 ‘감자의 휴면타파법’을 하룻밤 내내 복습하였다. 김치냉장고 또는 냉장고 채소통에 골프공만한 크기의 통감자를 15일가량 넣어두었다가 꺼내, 위에서 말한 대로 상토에서 싹을 틔우는 방법이 있고, ‘지벨렐린(gibberellin)’이란 식물 호르몬을 탄 물에다 30~60분 쪼갠 감자를 담가두었다가 꺼내 말린 다음, 마찬가지로 상토에서 싹을 틔우면 된다는 것을. 참, ‘지벨렐린’에 관해서도 마저 더듬고 넘어가기로 한다. 씨·어린잎·뿌리 등에서 나타나는 식물 호르몬인데, 일본의 어느 학자가‘벼 키다리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에서 최초 추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몇 해 전 내가 경험했지만, 이 지벨렐린은 ‘거봉’이란 포도 재배에 필수 약제다. 씨 없고 굵으며 ‘꽃떨이’가 없는 거봉 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히 사용해야 하는 약제다. 아무튼, 이 지벨렐린은 감자 휴면타파에도 아주 효율적인 약제임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과감하게, 위 종류의 감자휴면타파법을 반반씩 행했다. 사실 오늘 내가 본밭에 내다심은 싹난 감자는 지베렐린 처리 감자종자다. 저온처리 감자는 아직 싹을 틔우지 않았으나, 곧 장마가 끝날 무렵 기쁜 소식을 나한테 전해줄 듯. 한편, 인터넷 어느 유튜버가 소개하는 홍감자씨도 10kg 여벌로 사서 싹을 틔우고 있다. 그 홍감자는 따로 휴면타파를 하지 않고도, 하지감자의 작은 알들을 그대로 심어도 된다고 하였기에 그리 하였다.

  자, 이쯤 해두고, 나는 이 글 허두에 ‘살아오면서 겪은 ‘아주 작은 이루어냄’들은 살맛을 돋우곤 하였다.’고 적고 있다. 내가 하지 무렵 아내와 함께 틈틈이 캔 하지감자의 수확량도 만만찮았다. 그것들 수확물을 여러분들한테 선물로 부치는 일도 즐겁기만 하였다. 공들여 기른 농작물을 그렇게 헤프게끔? 천만의 말씀이다. 그 하지감자의 내력을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들으시면, 무척 놀라실 것이다. 요컨대, 나는 10kg들이 강원도 씨감자를, 세 박스 정도 샀을 뿐이다. 다 더해 60,000원 정도. 그 나머지 30~40kg은 때때로 주워왔다는 거 아닌가. 어디서, 어떻게? 나는 어느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지내는데, 봄날 아침 저녁으로 입주민들이 ‘싹이 나서 어머니 젖가슴처럼 쭈그렁텅이가 된 감자’를 음식물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곤 했다. 나는 그 싹 난 감자들을 수시로 주워왔고, 그것들을 ‘기연가미연가’ 시험삼아(?) 밭에다 심었다는 거 아닌가. 해서, 내가 하지 무렵에 아내와 더불어 수확한 하지감자는 그 족보도 희미한 온갖 잡종들(?)이었던 데다가... . 위에서도 이미 밝혔듯, 자잘한 그 감자알들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또다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가을감자 재배’로 이처럼 이어졌으니... .

  내 사랑하는 애독자님들이시여! 님들께서는 앞으로 여름 한 철, 가을 한 철 감자 선물을 받을 수 있게 생겼다. 이는 ‘농부 수필가’를 알고 지내는, 팁이다. 보너스다.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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