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낼 때마다

2020.07.26 19:54

김학 조회 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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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낼 때마다

 전민일보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수필의 경우 작품이 60여 편쯤 모여야 한 권의 수필집을 낼 수 있다. 원고만 마련되었다고 수필집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출판비가 있어야 수필집을 낼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60여 편의 수필작품을 6부나 7부로 나누어 편집을 한 뒤 USB에 옮겨 출판사에 넘기면 된다. 그 전에 책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작가인 내가 좋아하는 제목을 선정할 수도 있고, 지인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해도 좋다. 60여 편의 수필 중에서 마음에 맞는 제목을 고를 수도 있고, 독창적인 제목을 붙여도 상관없다.

원고를 USB로 출판사에 넘긴 뒤 초고(草稿)가 나오면 꼼꼼히 교정을 보아야 한다. 내 경우는 책이 나오기까지 서너번쯤 교정을 본다. 지금은 참 편해졌다. 옛날엔 원고지에 글을 써서 그 원고지를 출판사에 넘겼기에 교정을 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컴퓨터가 나온 뒤부터는 책을 출간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요즘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전에 작가가 컴퓨터로 원고를 쓸 때부터 꼼꼼히 다듬기 때문에 출판사의 작업이 그만큼 수월해졌다.

책을 낼 때 저자는 서점에 자주 드나들면서 신간 서적들을 눈여겨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게 좋다. 요즘에는 어떤 제목이 유행하는지, 제목은 어떤 글씨체로 쓰는지, 표지는 어떻게 장정을 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저자가 경험이 없으면 출판사 담당자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다. 나는 문하생들에게 자주 이점을 강조하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고 출판사에 그냥 맡기는 사람이 많아 아쉽다.

책이 출간된 뒤 미진한 점을 발견하면 고칠 수 없으니 안타깝기 마련이다. 미리미리 대비할 줄 알아야 한다. 요즘엔 서화(書畵)를 배우는 수필가들이 많다. 그러기에 수필집의 표지 그림과 제목을 직접 작가가 그리고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렇게 나온 책들을 보면, 본인은 좋다고 하겠지만 어쩐지 세련미가 없어 보여 아쉽다.

책이 출간되면 신문사나 잡지사 그리고 지인들에게 발송해야 한다. 이 작업이 가장 힘든 과정이다. 옛날 우편번호 여섯 자리를 쓸 때는 앞 세 자리 번호가 같은 우편물끼리 모아서 전주우체국이나 동전주우체국에 가지고 가면 우편료 50%를 할인해 주었다. 그러다가 40% 할인으로 바뀌더니, 지난 3월부터는 우편번호 구분이 폐지되고, 집배코드 구분만 감액 적용되도록 바뀌었다. 집배 코드에 대한 안내 및 이용방법 등은 인터넷우체국 및 계약고객시스템(biz.epost.go.kr)에 게시되어 있으니 찾아보아야 한다. 참으로 번거로워졌다. 저자 입장에서 보면 더 어려워진 셈이다.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주소록을 얻으면 훨씬 수월하게 책을 발송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17권의 수필집과 2권의 수필평론집을 출간하여 발송한 적이 있다. 책 발송 작업은 출간보다 훨씬 더 힘들다. 비싼 출판비로 책을 만들고 또 우표를 붙여서 책을 보내주는데 책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e-mail이나 전화 또는 스마트폰 메시지로 축하와 감사의 뜻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그렇게 감사의 뜻을 표해주니 고마운 분들이다.

어떤 이들은 책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전혀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 분들도 있다. 글을 쓰는 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그런 문인들도 나중에 자기 문집을 출간하여 보낸 뒤에는 으레 책을 받고도 반응이 없는 사람들에게 불평을 한다.

남의 저서를 받고나면 바로 감사와 축하의 뜻을 표하는 게 좋다. 그게 기본적인 예의다. 사랑하는 나의 문하생들 중에도 그런 무례한 분들이 더러 있어서 안타깝다. 예의는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닌 듯하다.

책을 발송해 보면 되돌아 온 우편물들이 꽤 많다. 수필집 『쌈지에서 지갑까지』를 보낸 뒤 2년 만에 『하루살이의 꿈』을 보냈는데도 또 반송되는 경우가 있다. 노마드시대라더니 그만큼 자주 이사를 하는 것 같다. 『하루살이의 꿈』 출간 두 달 뒤에 펴낸 『지구촌 여행기』는 과연 몇 권이나 반송될지 모르겠다.

문예지에 주소록이 나오는 문인들에겐 책을 발송하기가 편하다. 또 한국문인협회가 주소록을 책자로 만들어 팔고 있으니 그 책을 구입하면 좋다. 그러나 일가친척들은 정확한 주소를 알기 어렵다. 외사촌이나 이종사촌, 내종사촌 등은 그 집안의 큰아들에게 형제자매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부탁해도 거의 반응이 없다. 왜그러는지 알아보니 맏이가 형제자매의 전화번호는 알지만 주소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전화번호만 바뀌면 형제자매간에도 이산가족이 되겠구나 싶다.

9남매나 되는 어떤 이종사촌은 9권의 책을 자기에게 보내주면 형제자매 모임때 나누어주겠다고 했다. 이 정도면 책임감이 있는 맏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종사촌은 형제자매들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자기 집 주소를 직접 문자로 보내주라고 통보하고 만다. 어떤 내종사촌은 6남매의 주소를 모른다며 큰형인 자기 주소만 보내주었다. 참 가지각색이다.

울안의 과일이 익으면 이웃집에도 나누어주듯 내 책을 가까운 친척들에게 보내주고 싶은데 그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공짜로 책을 받으려니 미안하여 그럴 수도 있을 줄 안다. 그렇지만 어쩐지 섭섭하다.

요즘 아내는 날마다 인후동우체국으로 출근을 한다. 책을 발송하기 위해서다. 거의 날마다 찾아가니 우체국 직원들과도 정이 들어서 반가워한다. 동네우체국이 가까이 있어서 편리하다. 아내는 우체국가는 걸 산책으로 여겨서 다행이다.

김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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