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로막는 효도

2020.09.06 23:35

김학 조회 수:3

코로나19가 가로막는 효도

三溪 金 鶴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도시로 나가 사는 자녀들은 명절 때 고향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자 궁리를 한다. 벌초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선물을 가지고 갈 것인가, 나름대로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해마다 명절 때면 되풀이 되는 출향 자녀들의 고민이다. 그런데 2020년은 코로나19가 이런 자녀들의 효도기회마저 앗아가 버렸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국무총리가 올 추석 때는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추석연휴 때도 외출하지 말고 방콕생활을 하여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결국은 코로나19가 자녀들의 효도기회마저 앗아가고 만 셈이다.

코로나19는 참으로 나쁘다. 늘 마스크를 끼고 다니라면서 정다운 이들과 자유로이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만들더니, 가까운 이웃들과 악수도 나누지 못하게 한다. 그러더니 부모 자식 간에 효도조차 주고받을 수 없게 가로막고 나셨다. 자식으로서의 도리조차 못하게 훼방을 놓고 있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과 고명딸은 번갈아가면서 두 달에 한 번씩 전주 우리 집에 다녀가곤 했었다. 큰아들은 손녀와 함께 지난 2월에 오겠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멈칫하면 오라고 했더니 어느덧 9월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폭염도 지나고 장마와 폭우와 태풍도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고명딸은 6월에 사위와 외손자들이랑 함께 오겠다고 했으나 또 코로나19 때문에 미루어지더니 이제는 언제 오개 될지도 모른다.

자녀들과 손자손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도 반년이 훨씬 더 지났다. 서울에서 아이들이 오지 못하고 우리 부부도 서울로 가지 못하는 가운데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어서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고, 화상통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고향의 선산에 모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몇 해 전에 전주 근교 모악추모공원으로 옮겨드렸다. 아이들이 전주에 올 때마다 함께 찾아뵈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고향 선산에 모셨을 때는 장마철이면 행여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멧돼지가 산소를 훼손하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살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걱정일랑 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들을 M세대라고 한단다. 마스크를 끼고 살아가는 세대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어쩌다 밖에 나가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 마스크세대라 할 만하다. 거리나 놀이터에 가보면 버려진 마스크가 곧잘 눈에 띄곤 한다. 앞으로는 이 마스크가 필수 휴대품이 되려니 싶다.

큰아들이나 딸이 언제 전주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록 그 아이들이 전주에 자주 오지는 못해도 효도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큰아들과 고명딸 그리고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까지 전주와 각 지역의 유명한 맛 집에서 음식을 주문하여 보내주니 집에 가만히 앉아서 전국의 유명 음식을 맛볼 수 있어 행복하다. 그것은 코로나19가 베풀어준 시혜이기도 하다.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 『손가락이 바쁜 시대』등 수필집 17권,『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수필평론집 2권/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교수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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