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공화국

2020.09.09 12:55

한성덕 조회 수:5

트로트 공화국

                                                             한성덕

 

 

 

  최근에, 더 각광 받는 노래가 있다면 단연코 트로트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이 방송되면서부터 쏟아진 인기다. 이제는 텔레비전의 시청률을 끌고 가는 주역이 되었다. 7인에 들어간 자들은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든지 시청률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었다.

  최종적인 7인에게서 개개인의 스토리를 느꼈다. 스토리는 개인의 역량을 말하는 스펙(Spec, Specification의 준말)과 다르다. 스펙은 자신의 뛰어난 기능을 의미한다면, 스토리는 독특한 경험을 뜻한다. 스펙은 자신만 1등이 되려고 숫자로 표현되지만, 스토리는 모두를 1등 되게 하고 가슴으로 표현된다. 그 부분이 사람들을 찌릿하게 한다. 실제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이가 멋진 자요, 인간미가 넘실거려서 편안하고 포근하다.

 트로트 가수들 대부분은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있다. 가난 때문에 질퍽거렸던 지난(至難)한 세월의 스토리가 그물망에 걸려있다. 그 애잔함을 노래로 토하는데 누군들 울컥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잎새라도 붙잡을 심정으로 경연대회에 출연해서 열창했다. 그들의 스토리에 친밀감을 느끼며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가수의 꿈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그 갸륵함에 탄복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처진 어깨를 ‘세워준다.’ 하여 열렬한 박수를 보냈던 게 아닌가? 대중가요에 별 관심이 없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도 그 시간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이쯤에서 트로트의 역사를 더듬어 보자. 그 방대함이 태산만큼이나 높다. 연대별로 아주 간략하게 서술코자 한다. 뽕짝인 트로트(trot)는 대한민국 음악의 한 장르이다. 1930년대 중후반의 트로트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 주류였다. 1947년에는 현인 씨가 ‘신라의 달밤’을, 1959년에는 이미자 씨가 ‘섬마을 선생님’을 히트시키면서 1960년대를 풍미했다. 이 무렵에 최희준, 김상희 씨 등 학사출신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희준 씨는 ‘하숙생’이, 김상희 씨는 '코스모스'가 한명숙의 노래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가 얼마나 전파를 탔는지 모른다. ‘유행가는 싫다. 저리가라.’ 했던 나도 그 노래에 익숙해져서 지금도 곧잘 부른다. 1970년대는 신인 가수였던 남진과 나훈아가 혜성처럼 나타나, 라이벌 2인 체제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1980년대 말 조용필이라는 대형가수가 등장해 트로트가요를 히트시켰다. 1990년대에는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현철과 함께, 트로트 4국 전성시대를 형성하며 트로트의 부활을 주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장윤정의 ‘어머나’로, “어머나 열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때부터 트로트가 신세대들에게도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근래에 와서 변방의 트로트가수들이 대중의 영웅, 또는 스타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들이 부른 노래 중에는 1,600만 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노래도 있다. 그야말로 트로트공화국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사람들은 삶의 현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산다. 요란함과 분주함으로 사방팔방이 둘러싸여 있다. 허나, 개인의 삶에서는 허전함으로 마음이 텅 비어 있다. 그 허전함을 어디서 달래겠는가? ‘엎친 데 덮친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트로트가 이런 참혹한 현실을 싸안아 버렸다.

 

  노래는 즐겁다.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들이 부르면 히트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그들의 노래에 강퍅한 마음이 야들야들해지고, 격한 감정이 사그라지며, 미움이 사랑으로 바뀐다. 트로트공화국의 힘이다.

                                                   (2020. 9.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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