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좋을끼

2020.09.10 01:01

이우철 조회 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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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좋을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요즘 아들네 집 가까운 곳에 살면서 손자들을 돌보고 있다. 맞벌이 아들네도 돕고 덩달아 성장하는 손자들의 신선한 에너지도 받고 싶어서다. 나이 들어 덩그러니 부부만 사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기쁨은 삶의 보람이요 힘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또 다른 시각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응, 학원 끝났어? 알았어, 갈께.”

불과 몇 마디를 건네고 잽싸게 달려간다.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 시원이는 같은 마을 승민이와 단짝 친구다. 코로나19로 밖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니 학교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대면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화,목), 그것도 오전에만 학교를 다녀온다. 도서관은 물론 갈 곳도 적당히 없으니 그처럼 친구가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만나면 도랑의 돌들을 뒤지며 벌레를 잡고, 잔디밭에 나는 메뚜기, 잠자리, 귀뚜라미 등 곤충을 잡아 요리조리 살피고 날려 보낸다. 심지어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기 파리까지도 잡아 투명한 유리병에 넣고 신이 나서 살피는 걸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의 책을 빌려 시간나는 대로 탐독한다. 특히 동물중 곤충에 관심이 많아 집에서는 벌레박사로 통한다.



지구상에 알려진 동물은 137만여 종, 그중에서 70%에 달하는 100만여 종이 곤충이란다. 인간이 속하는 포유류 6,000여 종에 비하면 곤충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곤충계의 지배자는 누구인가? 「최강 곤충왕」을 읽으며 날아다니는 온갖 것들에 관심의 대상이다. 집에서는 곤충계의 왕 장수풍뎅이를 6개월째 키우고 있다. 먹이로는 무엇을 좋아하고 천적, 산란, 수명까지도 잘 안다. 두 아이의 취미가 비슷하니 함께 있으면 여간 시끌벅적하지 않다.



이처럼 9-12세 때는 친구들의 유대관계가 강해지고 동성간의 우정이 깊어지는 시기다. 학교를 오갈 때도, 노는 것도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래문화를 형성하며 무언가 공유하기를 즐긴다. 여자아이들은 인형놀이나 소꿉놀이를 좋아하고, 남자아이들은 전쟁놀이나 동식물, 곤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공격적 환상들이 무의식속에 잠복하여 사춘기로 이어지는 시기다.



그렇게 단짝이던 승민이가 갑자기 영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제 아빠가 이달중 영국으로 2년간 유학길에 오르며 가족과 함께 떠난다고 하니 여간 서운치가 않은 모양이다. 학교를 다니며 첫 단짝친구가 되었는데…, 제 부모들은 녀석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려 대둔산부근 팬션에서 1박2일 캠프를 하기로 했다. 1년 전 그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다보니 그렇게 가까워지고 정이 들었단다.


시원이는 기대에 부풀어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거기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짠다. 보물찾기, 곤충잡기, 고기잡기, 불꽃놀이, 캠파이어 등 하나하나를 적어 제 아빠에게 보여준다. ‘알았어!’ 한마디로 안심시키면서도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불꽃놀이기구, 어망, 보물찾기 선물을 내심 준비하고 있는 성싶어 이를 보는 우리 부부도 덩달아 마음이 설렌다. 그리도 좋을까?



1950년대 말쯤, 내가 어릴 때는 적당히 놀 곳도 없었다. 깊은 산중이나 산중턱에 마을이 있었으니 기껏해야 동네 정자나무 밑이나 큰 고샅에 나가 자치기를 하고, 돌 넘기기, 제기차기가 고작이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텅 빈 논에 나가 공을 차기도 하고 도랑을 찾아다니며 물고기를 잡고 입이 굴풋해지면 괭이를 들고 뒷산으로 가서 칡도 캐 먹었다. 입 주변은 새까맣게 되니 볼만했다.



이렇듯 어릴적 가까운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허물없이 속사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삶의 기쁨이요 신선한 활력소다.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 제 아이들로 인해 부모까지 친구가 되었으니 뿌듯한 기쁨이리라. 매일 떨어져서는 못사는 친구가 영국으로 떠난다니 헤어지는 아쉬움을 같이 나누고 싶으리라.



역병으로 물리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요즘 노유를 막론하고 누구나 대화에 목말라 한다. 가까운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서로 조금씩 관심을 갖고 단단한 끈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더없는 휴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저녁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지기를 기대한다.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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