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를 즐기는 사람들

2020.09.16 04:55

이인철 조회 수:1

5. 시비를 즐기는 사람들

   이인철

 

 

 애주가들은 일 주일 중에 금요일을 술시라고 한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술을 깨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녘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건장한 40대 청년 한 명이 들어오자마자 일회용 라이터 한 개를 찾았다. 옷차림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한 개에 4백원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부터 내더니 끝내 욕설을 퍼부었다. 도둑놈들이라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함부로 하십니까?" 조용히 나무라며 편의점가격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비조였다. 아예 훈계까지 곁들였다.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물건을 팔 때는 손님들에게 정중하게 값은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팔고 있다는 등 자초지종을 먼저 설명하라고 했다. 바쁜 시간에 일회용 라이터 한개 때문에 고함이 난무하는 가운데 밖의 손님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쳐다보았다. 서둘러 내보내기 위해 내가 잘못했으니 빨리 다른데로 가보시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또 젊은 놈을 무시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 계산대앞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이런 집구석 다시는 안 온다고 소리를 지르며 나가버렸다. 참으로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3십여 분이나 혼자 소리를 지르고 나간 것이다. 이렇게 시비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마찰은 종종 일어난다.

 가끔 찾아오는 젊은이가 있다. 이 젊은이는 물건을 계산할 때마다 맛이 없으면 책임지라고 욱박지른다. 하도 귀찮아 제발 우리 집 에는 좀 오지말라고 사정해도 잃어 버릴만 하면 꼭 나타난다. 일 주일에 두서너 번씩 찾아오는 5십대 주부는 물건을 계산할 때마다 투정이다. 대형마트는 얼마 받는데 여기는 왜 비싸냐고 묻는다. 그리고 며칠 후면 어김없이 또 찾아와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고객들 때문에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닦기위해 서둘러 걸레질을 하자니 갑자기 울컥해졌다. 꼭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상상도 못해 본 일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줄 어찌 알았겠는가? 한가한 시간 문밖에 나와 하늘을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즘은 거의 하루 일과처럼 자리잡아간다. 예전엔 눈물이 흐를 때면 거울을 쳐다봤지만 요즘은 거울이 아니라 하늘로 바뀌었다. 거울을 보면 눈물이 흘러내리는 내 모습이 너무 보기싫어 눈물을 그쳤지만 요즘엔 눈물 흘리는 모습을 아예 보지 않기 위해 하늘을 본다. 오늘은 하늘에서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웃으시면서 힘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아울러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말라는 당부도 하시는 것 같았다.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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