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술에 취한 대한민국

2020.09.18 00:29

이인철 조회 수:4

7. 항상 술에 취한 대한민국

    이인철

 

 

 편의점에서 근무한 지도 어느새 5년이 넘어가지만 꼭 이런 식으로 술을 팔아야 하는지 회의감에 빠질 때가 많다. 주말이면 유흥가 부근 편의점은 취객들의 세상이다. 심심찮게 경찰이 달려오고 때론 119구급차까지 등장하면서 인근 파출소는 취객들과 씨름하느라 밤새도록 몸살을 앓는다. 편의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벌써 3십여 년이 넘어가면서 전국에 4먄5천여 개 점포가 포화상태를 이루고  영업도 갈수록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변하고 있다. 더구나 주류시장에서 편의점의 판매율이 30%에 가까워지면서 일년 내내 파격적인 할인행사에 때론 비싼 안주까지 덤으로 나온다.

 "수입산 대형 캔맥주 무조건 만원에 4개. 다른 캔맥주와 교체가능."  어느 편의점을 찾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문구는 이제 편의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러다 보니 꼭두 새벽은 물론 대낮에도 술을 사가는 고객들은 24시간 내내 끊일 줄을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가 술독에 빠져들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이렇게 우려하는 것은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술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하루에 13명꼴. 간암, 간경화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도 한 해 10조 원에 이른다. 흡연과 비만을 제치고 단연 1위자리를 탈환했다니 이젠 그냥 보고만 있을 때는 아닐 성싶다. 더구나 요즘 편의점 부근 주민들 가운데는 비만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해준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이다. 일행들과 볼거리에 빠져 점심시간을 놓쳤다. 우리나라에서의 버릇처럼 설마하고 예약한 집으로 달려갔으나 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다. 인근을 둘러봐도 문이 열려있는 음식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간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밤 11시가 넘어 주전부리를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가게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사람이 충분한 휴식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직장이나 가정에 미치는 영향은 불보듯 뻔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8,590원. 상당수 편의점 업주들은 이 많은 돈을 알바에게 지불하고는 가게를 꾸려나가기가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오죽하면 편의점 경영진들이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그토록 간절히 건의하고 있을까? 편의점 업주들은 종업원에게 인건비를 덜 줘야 겨우 가게를 꾸려나갈 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중소도시는 시간당 6-7천원도 받기 힘들다. 심지어는 4-5천원씩 주는 곳도 많다. 한마디로 종업원 인건비 따먹기다. 더구나 불공정한 약괸 때문에 위약금문제로 오죽하면 자살하는 점주도 나오겠는가?

 어느날 뉴스에서 어느 편의점 경영자가 한 해에 받는 배당금이 5십억 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옛적 생각에 빠져들었다. 가족끼리 구멍가게 하나 열심히 운영하면 자식 하나 대힉까지는 가르쳤는데 말이다.

 물론 중소기업청이 동네 슈퍼를 육성한다고  만든 나들가게가 있다고 하지만 이들 대기업의 공세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상당수가 아예 종업원은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설 의도는 없는 것인지. 아무튼 누가 나서든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오래된 숙원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농민들도 제값을 받고 판로를 전국화하는 방법을 찾지 뭇하면서 오늘도 서민들은 개업과 폐업을 되풀이 하고 있다.

                                                                      (202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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