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 맞고 사는 알바들

2020.09.19 01:01

이인철 조회 수:3

8. 두들겨 맞고 사는 알바들

    이인철

 

 

 

 늦은밤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겉으로 봐도 만취상태다. 담배 진열대 앞에서 연신 머리만 위아래로 흔들어 댔다. 아마 담배를 찾는 모양이다. "어떤 담배를 찾으시는데요?" 이번에는 낮은 목소리로 실버라고 말하며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국산담배가운데는 그런 이름이 없다. 그래서 재차 물었다. "어떤 담배를 찾으시는데요?" 그때서야 손가락으로 찾는 담배를 가리켰다. 그것도 모르냐고 빈정대면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담배를 꺼내드리고 계산을 하는데 갑자기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감히 손님이 얘기하는데 말때꾸를 한다고.

 지난밤에도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찾는 물건이 지금은 없다고 했더니 계속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다그쳤다. 어쩔 수 없이 헛웃음만 웃고 있으니 이번에는 아예 훈계조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어떻게 하고  물건을 설명할때는 어떻게 하라는 등 마치 가게주인이 종업원을 교육시키듯 반말까지 곁들이면서 횡설수설 했다. 그래도 고객은 왕이기에  참아야했다.

 동장군이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면 비 맞기를 즐기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비가 내리는 주말 밤, 바바리코트를 걸친 4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흉내내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무엇을 드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금방이라도 총을 빼들 것 같이 노려보다 홱 돌아서 나가버렸다. 이런 고객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그만큼 편의점 근무도 어려워진다. 때론 폭언에, 때론 고함에 오죽하면 두들겨 맞는 알바까지 늘어날까? 수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광주여대 편의점 폭행 사건을 회상해 보자. 빈병을 보관하는 플라스틱 상자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길래  위험하다고 이를 제지하자 갖은 폭언과 함께 폭행을 했다는 게 알바 여학생의 말이다. 더우기 충격적인 것은 동행한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돌아온 것은 욕설뿐인데다 아버지뻘되는 남자가 내밷은 말은 "너희 아버지를 불러봐. 배운 것이 없어서 이 짖거리를 하고있냐?"

 반면 물건을 살 때마다 항상 곱게 웃음띤 얼굴로 "고맙습니다."를 되풀이하는 어느 여학생의 미소. "수고하십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가게를 찾아올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반복하는 40대 중반 남자의 인사 때문에 오늘도 고된 하루지만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전문가들은 술에대한 자제력이 없다는 것은 일단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술을 사가는 사람이 새벽녘까지 이어지면서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로 급속히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사회의 술문화가 지구촌에서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대학교는 물론 직장마다 각종 행사를 핑게로 박스채 날라가는 게 대한민국의 음주문화다. 한마디로 부어라 마셔라다. 오죽하면 신입생 신고식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얼마나 마셨길래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해 신입생 신고식 폐지론까지 나올까?

 이제는 여유로운 삶을 위해 자기개발은 물론 가정문화를 정착시키는 여러가지 묘안들이 나와야 할 때다. 적어도 프랑스처럼 퇴근후 집과 연락이 끊기면 이혼사유가 되는 것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해진다는 사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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