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이 안 보인다고 고함 지르는 사람들

2020.09.22 00:09

이인철 조회 수:1

11.​ 점원이 안 보인다고 고함 지르는 사람들

    이인철

 

 


 고객이 뜸한 아침시간이라 매장정리에 정신이 없을 때다. 한 40대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카운터로 바삐 몸을 움직일 때다. 그런데 카운터 정면을 응시하던 이 청년은 냅다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첬다. 순식간의 일이다. 깜짝 놀라 카운터로 달려가 "무엇을 드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금방이라도 폭력을 휘두를듯 험한 표정을 지으며 째려보더니 곧바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말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밖을 쳐다보니 신경질적으로 트럭을 몰고 빠져 나간다. 필요한 물건 때문에 어디든 또 찾게될텐데 자기 성질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꼴이다.

 한 번은 한창 술시인 밤 10시쯤이다. 마침 카운터 옆 매대 빈 자리에 물건을 채우고 있을 때였다. 40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가 들어오자마자 마치 자기집 하인 부르듯 "여봐!" 하며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무엇을 드릴까요?" 했지만 기분이 영 언짢았다. 손님은 담배 한 갑을 사더니 낮은 목소리로 점잖게 물었다. "기분 나쁘냐고?" "그렇게 다짜고짜 큰소리를 치는데 기분 좋을 리 있습니까?" 대답이 화근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놈의 집구석 장사를 그만두게 만들겠다. 이번엔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겠다."며 카운터에 진열된 물건들을 시원스럽게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태어나 처음 당하는 모욕인지라 나도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한 순간이었다. 아마 행동으로 봐서 잘 나가는 직장인 같았다. 이어 방금 산 담배갑을 던지며 나를 향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모양이었다. 나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이 놈의 새끼 한 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말로만 듣던 편의점 폭력사건에 바로 내가 당할 줄이야. 자식뻘 되는 어린 사람에게 예기치 못한 수모를 당하니 피해자들의 입장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지 실감이 났다. 이 모습을 문밖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이 성급히 달려와 정중히 사과하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여보세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이해하라는 말입니까?"

 들어오면서부터 고함이나 듣기 싫은 "여봐!"라는 반말쪼는 주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다. 아마 오랜 직장셍활에서 습관화된 버릇인 것 같다. 그런데 술에 취하면 이런 젊은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금요일 밤이면 인근 술집마다 말 때문에 손님들간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TV에서는 어느회사 회장부인과 딸들의 갑질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내 자식만 부를 누리고 출세하면 된다는 부모들의 빗나간 자식교육의 결과인가?

 언제부터인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취를 감춘 것 같다. 나 혼자 내키는데로 행동하고 폭력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유층의 갑질은 서민사회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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