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이름에는 역사가 있다

2020.10.05 01:21

김길남 조회 수:6

마을 이름에는 역사가 있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이 세상 사물에는 다 이름이 있다. 우리가 사는 마을도 마찬가지다. 마을이 크건 작건 세 집 이상이 모여 살면 이름이 있다. 우리 고장 근처의 이름을 보면 참 재미있다. 장뜰, 토끼재, 쇠평이, 고잔, 목천포 등 다양하다. 누가 의도적으로 지은 것이 아니고 자연 발생적으로 지어졌다. 그 마을의 역사, 지형, 생산물, 역할 등이 이름의 근원이 되었다.

 어느 한 사람이 그 마을의 특성을 생각하여 이름을 부르게 되면 그 이름이 알맞다고 인정되면 같이 부르게 되고, 이웃으로 번져서 마을 이름으로 고정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현상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이루어졌다고 본다. 나중에라도 더 알맞은 이름이 떠오르면 고쳐지고 고쳐져 현재의 이름이 남겨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마을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 남게 된 것이다.

 우리 고장 장뜰은 옛날에 장이 섰던 들에 있어서 장뜰이 되었다. 장이 선 증거로 옛날 기왓장이 많이 나왔다. 지금은 그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장들'이라 해야 하는데 음운변화로 '장뜰'이 되었다. '쇠평이'는 마을 근처에서 '사금'이 많이 났다. 금을 쇠라 하기도 하니 쇠가 많이 나는 평지라 쇠평이가 되었다. 토끼재는 마을 지형이 토끼 모양 같기도 하고 이웃마을로 넘어가는 재에 토끼가 많이 살아서 지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고잔은 만경강 가의 마을인데 옛날 배를 대는 잔교(棧橋)가 있었던 곳이라 고잔(古棧)이 되었다. 목천포는 만경강이 흐르는 강가에 있어 배가 드나드는 포구라 포()자가 붙었다. 그곳은 만경강 본류와 지류가 나무목()자 형이어서 목천포(木川浦)가 되었다.

 마을 이름도 유형이 있다. 가장 많은 게 강가의 포()자가 붙는 마을이다. 만경강 유역만 보아도 위에서부터 초포, 화포, 춘포, 목천포, 동자포, 몽산포, 심포 등이 있다. 땅위의 교통보다는 배로 물건을 나르는 시절에는 배를 많이 이용하였기에 배를 대는 포구가 그 지역의 중심이 되었고 번창했다. 해안에도 포가 많다. 격포, 고사포, 목포, 삼천포 등이다. 또 강 이쪽저쪽으로 배가 오고 가는 곳은 진()자를 붙인 이름도 있다. 부안 동진강의 동진, 충남 금강의 웅진, 경남 낙동강의 삼랑진이 있고 바닷가에도 진이 많다. 청진, 나진, 성진, 강진, 섬진 등이다. 아마도 배가 드나드는 곳의 이름이 가장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산물이 나와서 이름이 붙여진 곳도 있다. 삼이 많이 나서 마전(麻田), 감나무가 많아서 감나무골, 금이 많이 나서 금산(金山), 벼 생산이 전국에서 유명해서 볏골(벽골로 음운 변화), 앵두를 많이 생산해서 앵곡, 검은 돌이 나와서 흑석골, 돌로 만든 절구, 매가 많이 나오는 독징이 등이 있다. 전국을 조사해 보면 특산물이 마을 이름이 된 것이 아주 많으리라.

 마을의 지형이 이름이 된 경우도 흔하다. 알 모양의 산에 있는 마을이라 난산(, 반달 같아서 반월리(半月里), 논이랑이 겹쳐 있어 만경(萬頃),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 와룡리(臥龍里), 푸른 두꺼비 모양이라 청하(靑蝦), 세 내가 만나는 곳이라 삼천(三川) 등이 있다.

 또 조선시대 역이나 원이 있던 곳이라 원동, 원평, 역골 등으로 불렸다. 황새가 많이 살아서 황새골, 흰 갈매기가 많이 날아와 백구, 바가지로 떠먹는 우물이 있어 박우물, 효자가 많이 나와서 효자동, 절이 있던 마을이라 절골, 당나라 때 말이 주둔했다는 당마, 아들을 낳아 성공시킨 득자, 사간원 헌납이 살아서 간납대라 하기도 한다. 유명한 샘이 있어 붙여진 곳도 여러 곳이다. 칠정리, 초정리, 삼정리, 정읍 등 수도 없이 많다. 역사적으로 이름이 있었거나 동식물이 유명해서 얻어진 마을 이름이 아주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마을 이름에는 이와 같이 그 근원이 있다. 그리고 누가 무어라 해도 딱 들어맞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내려오면서 굳어진 것이다. 향토사학자나 고고학 연구자들은 마을 이름을 보고 역사를 추적하여 확인하는 사례가 많다. 가야문화를 연구하는 교수는 진안 동향(銅鄕)면의 이름을 보고 조사하여 제철유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을 이름은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고유의 마을 이름이 일제강점기에 많이 없어져서 아쉽다. 한자로 이름을 지으며 아름다운 옛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옛 마을 이름을 살려 부르기도 좋고 역사도 되살리는 작업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덕동보다 장뜰이 좋고, 신기보다 새터가 휠씬 부드럽고 정든 맛이 나지 않는가?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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