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무서워요

2020.10.14 04:32

이인철 조회 수:1

18. 공무원이 무서워요

      이인철

 

 

 

 선거때만 되면 시장 군수등  입후보자들의 한결같은 말."지역 주민들의 종이 되어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당선되면 선거때와는 180도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어느 날 낮시간이었다. 성인 2명이 들어오자마자 로또를 확인하겠다며 다짜고짜 대장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말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당당한지 놀랄 정도였다. 처음에는 수사기관에서 무엇이 잘못돼 나온 줄 알고 통통 뛰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며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그때서야 시에서 나왔다고 했다. "무슨 대장을 찾으시나요?" 했더니 말이 떨어지자말자 큰소리로 큰일 날 사람이라고 했다. 법규상 로또를 취급하는 점포에서 알바월급은 통장으로만 입금하게 됐는데 왜 통장이 없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아듣게 말씀하시지 왜 그렇게 호통을 치냐고 따져 물었더니 옆에 서있던 직원이 "이 친구 원래 말투가 그렇단다." 알바월급은 세금관계로 전부 통장으로만 입금되는데 따로 무슨 대장이 필요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매월 잔고증명을 떼놓으라고 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규다. 알바보고 매월 은행잔고를 떼어오라는 것도 큰 문제지만 로또관계회사에서 수시로 관리하는데 왜 공무원까지 나서서 야단법석을 떨어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또 한번은 시 청소과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된 컵라면 빈컵을 앞으로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란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컵라면 빈컵을 버릴 때는 이물질이 없도록 깨끗이 씻어서 버려야 하는데  개인점포에서는 그런 시설이 없으니 아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게 낫지 않느냐는 답변이었다. 그 덕분에 매일 종량제 봉투 50리터짜리 한 장 이상씩이 소비된다. 또 시장권한으로 전국에서는 최초로 스티로폼이 재활용품에서 제외된 것이다.

어느날 야간에 근무하는 알바가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았다고 경찰에 신고됐다. 이튿날 경찰에서 나와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근무자가 분명히 주민등록증을 확인했고 새벽시간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위장을 한 사실이 확인돼 알바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며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시청에서 전화가 왔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 사실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찰에서 조사중인데 알바가 필요한 조치를 다해 크게 걱정될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담당자의 답변은 달랐다. 알바가 주민등록증을 확인했어도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영업정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영업정지 한 달이라는 통지서가 날라왔다. 어쩔 수 없이 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경찰에서 검찰로 이첩돼 두 달만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고서 도에서 연락이 왔다. 영업정지가 취소됐다고. 무려 두 달간의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민원인은 얼마나 마음을 조려야 했던가? 행정법과 사법권과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공무원들.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위배되는 그들의 주장에 괜시리 화가 치밀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만 할까? 한번쯤 시청이나 군청을 찾아가면 곧바로 느낄 수가 있다. 민원실에는 각 부서에서 한 명씩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그많은 인원이 사무실에서 기획이나 잡다한 행정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민을 위해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를 생각하기보다 간편한 단속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주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시장, 군수의 집무실을 가보면 더욱 실감난다. 민원실과 동떨어진 건물 중앙층에 초호화시설인데다 민원인이 접견하는 데는 비서실 등을 거치도록 돼 있어 그들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아직도 권위주의의 상징이다. 그래서 지금도 서류 한 장 결재 받는데 하루가 걸리고 탁상행정이란 말이 나돌 수밖에 없다. 

학교앞에서 과속차량에 희생된 민식이법, 하준이법 국회통과가 좌절되는 순간, 학부모들이 오열하며 하는 말이 생각난다. "이게 나라냐? 정말 한국에 살고 싶지 않다." 왜 그들이 그렇게 외쳐야만 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다.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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