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수필집 발문

2020.10.21 02:36

정근식 조회 수:16

<정근식 수필집 발문>

깊은 사색 넓은 소재로 빚은 수필들

-정근식 첫수필집 『가까이서 오래 보면』출간에 부쳐-

金 鶴(수필가, 신아문예대학 지도교수)

1. 정근식과 수필의 만남

수필가 정근식은 음력 1963년 11월 3일 경상북도 김천시 대덕면 가례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동래정씨 정한원과 어머니 성주여씨 여오남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1990년 아내 박태경과 결혼하여 슬하에 2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희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작은딸 진희와 아들 재용은 현재 대학에 다닌다. 정근식은 대구 계명대학교 상업교육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사정지도자과정을 수료했으며,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정근식은 1995년 4월 국민연금공단에 입사한 이래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김천성주지사장을 거쳐 지금은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정근식은 훗날 수필가로서 폭넓게 활동하려고 그랬는지, 30여 년 전 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했다. 보육원에서 불우한 학생들에게 학습지도를 했는가 하면, 기초생활 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배봉사를 하기도 했다. 또 소록도에 가서 가족과 함께 세 차례 봉사활동을 했는가 하면, 서해안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엔 대구시민 2백여 명을 모집하여 기름때 벗기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활동 결과 2014년 대한민국 나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필을 쓰기 시작한 정근식은 2008년에는 시흥문학상에서 수필「와이셔츠를 다리며」로 수필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2009년에는 수필전문지 계간 『현대수필』에서 수필「도도새」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당당히 수필가로 등단했다.

수필가 정근식은 지금 대구지역의 대구수필가협회, 수필사랑문학회와 전북지역의 행촌수필문학회, 신아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영남과 호남을 주 활동무대로 삼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수필계의 유망주다. 특히 지금은 그의 직장인 국민연금공단이 전주에 있기 때문에 2018년부터는 전라일보 <아침단상>의 필진으로 참가하여 꾸준히 수필을 발표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 사원들을 대상으로 수필쓰기를 지도하여 전라일보에 수필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으며,『국민연금수필』을 발간하고 있다. 수필로 대구와 전주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셈이다.

수필가 정근식이 등단 11년 만에 첫 수필집『가까이서 오래 보면』을 출간하게 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 이 수필집에는 47편의 수필을 5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하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다작(多作)도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게으른 창작 활동 역시 칭찬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세월을 아껴가며 더 창작에 정진하여 수필가로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 수필가 정근식의 수필세계

수필가 정근식의 수필은 우선 소재가 다양해서 좋다,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은 독자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작가를 따라 새로운 간접체험을 하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가 정근식의 수필은 제목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제목이 좋아야 독자는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니 수필을 쓰고 그 제목을 지을 때는 자기 아들딸의 이름을 짓듯 정성을 기울여 작품의 이름을 지어야 한다.

부지런한 수필가를 만난 독자는 덩달아 행복해진다.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제비를 둔 새끼제비처럼 수필가가 늘 새로운 소재를 찾아 수필을 빚어줄 테니 그런 수필가를 만난 독자는 배고픔을 모를 게 아닌가? 나는 정근식이 그런 수필가이기를 기대한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제 수필가 정근식의 수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여성들은 파업 중이다. 어머니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땅의 어머니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안방마님이라고 불리며 자녀를 낳고 경제권을 쥐고 있었던 위대한 어머니는 줄어들고, 산업전선에서 자신의 삶을 위해 애쓰는 여성이 늘고 있다. 그 여성들은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을 아주 평범한 여인의 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길을 위해 자신의 꿈도 욕심도 기꺼이 버렸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시장의 난전도 탄광의 막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흉년에는 어미는 굶어죽고 아기는 배 터져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어머니의 존재는 희생 그 자체였다. 그러기에 지구상에서 어머니는 지금까지 위대한 존재로 칭송을 받아왔다.

「여성은 파업 중」서두

제목이 멋지다.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 낳기를 거부한 여인들을 여성으로서 파업하는 것으로 본 시선이 신선하다. 그렇다. 그것은 여성의 파업이 분명하다. 여성의 파업은 결국 인구 감소로 나타난다. 그것은 결국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수필가 정근식은 자신의 두 딸을 보며 이 수필을 착상하게 되었을 것 같다. 결혼 적령기가 된 큰딸은 결혼은 하고 싶지만 자녀 부양에 대한 부담감과 명절 때 다른 집안에 가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고, 둘째는 아예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비혼주의자다. 여성이 파업을 하면 제아무리 유능한 남성이라도 여성이 파업을 해제하지 않는 한 자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노사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듯 여성과 남성이 협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예전에는 모든 여성들이 어머니였다. 그때 여성들은 모두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이 땅의 어머니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언제쯤 위대한 어머니로 돌아올 것인가 생각해 보지만 현실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나의 두 아이에게서 직장 동료에게서 이 땅의 여성에게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안타까운 코이를 본다.

「여성은 파업 중」결미

화자 역시 여성의 파업을 멈추게 할 묘책은 없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여성의 파업은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다. 이 파업을 해소하도록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금은 여야가 다투며 시간낭비를 할 때가 아닌 성싶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여성의 파업을 해소시킬 방안을 현상공모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화자는 ‘여성 파업’이란 코믹한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세상에 이 문제보다 더 심각한 이슈는 없을 게 아닌거? 정치권의 여와 야도 다른 어떤 문제보다 이 ‘여성파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가끔 난처할 때가 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 상사와 직원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때가 있다. 서걱거리는 면을 대패질하듯 매끄럽게 다듬어야 하는데, 조정능력아 서툰 나는 그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한다.

「사이시옷」서두

한글에서의 사이시옷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 사이시옷을 수필의 글감으로 삼았다. 아주 참신하다. 사이시옷은 낱말과 낱말을 부드럽게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간에도 부드럽게 이어주는 사이시옷의 역할이 필요하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수필가 정근식이 찾아낸 사이시옷의 순기능이다.

수필은 마음의 예술이다. 그 마음은 무지개 색깔 같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사람이 화가라면, 문자로 표현하는 이가 수필가다. 수필을 써보면 그 수필가의 마음이 어떤 색깔인지 알 수 있다. 마음을 문자로 표현하여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게 수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사발령이 나서 이삿짐을 쌌다. 이삿짐이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하다. 이불보따리 하나, 몇 가지 옷과 생활용품이 전부다. 소형차 뒷좌석에 짐을 모두 넣고도 한 명은 충분히 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중략)

짐을 싸면서 이번이 몇 번째 이사인지 손꼽아 보았다. 인사발령이 12번째다. 같은 도시로 발령 난 것을 제외해도 8개 도시로 이사를 했다. 서울, 부산, 대구, 전주처럼 대도시도 있었지만 중소도시도 있었다. 신혼 초에는 가족과 함께 이사를 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자처하여 도시 유목민이 되었다. 요새 도시 유목민 생활은 이럭저럭 할만하다. 주 5일 근무에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니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낫다.

「도시 유목민」 중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낯선 곳에서 하숙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수필가라면 많은 글감을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다. 이사를 자주 하는 현대인들을 일컬어 도시의 유목민이라고 한다. 현대 도시인들은 모두가 이사를 자주 다니는 유목민이다.

가끔 소문이나 선입감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타인의 부정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때가 있다. 멀리서만 본 탓이다. 멀리서 보면 보이긴 하지만 정확히 보이지는 않는다. 희미하게 보인다. 아름다운 아내 얼굴조차도 알아볼 수 없다. 멀리서 보면 안 보이는 것이 가까이서 보면 잘 보인다. 그것보다는 가까이서 오래 보면 더욱 잘 보인다. 가까이서 오래보면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애틋한 그 사람의 사랑이 또렷이 보인다.

「가까이서 오래 보면」결미

수필가 정근식 첫 수필집의 표제 수필이다. 깊은 인생철학이 담긴 수필이어서 읽을수록 맛이 느껴진다. 정근식의 수필에는 무게가 있다. 대충대충 읽고 넘겨서는 안 된다. 음식을 꼭꼭 씹어서 삼켜야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듯 수필 읽기 역시 다를 바 없다. 정근식 수필은 꼼꼼하게 읽어야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그 멋을 느낄 수 있다.

3. 수필가 정근식이 가야할 길

수필가 정근식이 등단 11년 만에 드디어 첫 수필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축하할 일이다. 수필은 원래 역지사지의 문학이요, 겸손의 문학이니 만큼 수필의 정도를 뚜벅뚜벅 걸어가기 바란다. 수필가는 얼마나 많은 작품을 발표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을 발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진돗개는 사냥할 때 목표물을 한 번 물면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 목표물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수필가는 그런 진돗개 정신으로 한 번 찾아낸 수필소재를 물고 늘어져 기어코 훌륭한 한 편의 수필로 빚어내야 할 것이다.

첫 수필집『가까이서 오래 보면』출간을 축하하며 꾸준히 제2, 제3의 수필집을 엮어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수필가 정근식의 문운창성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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