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2020.11.14 16:56

이인철 조회 수:7

3. 적선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이인철

 

 

 

  IMF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재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그때마다 대부분 실패의 연속이다. 결국 파산신청에 이른다. 법원에 접수된 파산신청자만도 한 해에 5만 명에 육박한다니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실감할 수가 있다. 파산되면 그날로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되고 영업허가도 제약된다. 이른바 최후통첩이다. 그러다 보니 재기할 방법은 갈 길이 멀다. 왜 갈수록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질까?

 꼼꼼이 살펴보면 서민들의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간다는데 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체인점들이다. 자영업이란 기껏해야 영세 음식점과 분식점, 술집과 오락실 등이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 문을 여는 집이 일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문닫는 집이 많다보니 골목상권은 더 움추려들 수밖에 없다.

 왜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는가? 대기업이나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거대한 자본력으로 손쉽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잇점에 요즘에는 재벌 2-3세도 뒤질세라 골목상권에 진입한다는 사실이다. 빵가게는 물론이고 피자가게, 프랜차이즈 업체, 서점, 심지어는 쌀가게까지 등장한다. 더구나 대기업의 쇼핑몰 작은 것은 5평에서 크게는 5만 평에 이르기까지 그물망매장을 통해 서민경제를 파고든다. e-마트의 경우만 해도 e-마트 복합쇼핑몰은 물론 대형할인마트, e-마트 에브리데이, e-마트위드미, e-마트24시에 이르기까지 8종이 넘는다. 가히 국내 모든 상권이 대기업의 영역에 포함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여기에 대기업의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로 골목상권을 죽이는 불쏘시개 역할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그나마 서민들이 체인점을 낸다해도 요즘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리한 계약조건과 본사의 갑질에 피해는 고스란이 서민몫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갈수록 서민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골목상권은 침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때문인가? 전국에 수많은 맛집과 이름난 장인, 명인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관광철이나 휴가때 수십리 길을 달려가 즐겨 찾던 맛집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전국의 빵맛과 음식맛이 비슷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경영난으로 전통공예품과 향토음식점들이 문을닫 을 수밖에 없으나 당국의 지원대책이 별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는 물론 지자체마다 골목상권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원천적으로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의 진출을 막지 못한다면 무슨 효과가 있겟는가?

 나 자신도 재기를 위해 어렵사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걸국 일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대부분 거래는 외상으로 시작되는 현재의 상거래 질서 때문이다. 외상이 깔리다 보면 자본력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결국 버틸 힘이 없어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거기에 현금으로 지불되는 경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 가운데 3년 이내 문을 닫는 폐업률이 62%에 달한다니 서민들은 매년 개업과 폐업을 되풀이 하는 셈이다. 더구나 생존하고 있는 자영업자도 10명 중 2명의 월매출액이 백만원 이하로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이 골목상권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 몰락도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서민들의 자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온 그라민은행 설립자 무하마드 유느스는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적선이 아니라 평등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가 담보나 보증인 없이 돈을 빌려준 6백만 명 중에 3백만 명이 자립했으며 돈을 빌려간 90% 이상이 돈을 갚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민들의 자립의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왜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의 주다시피 돈을 빌려줬을까? "인간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잔인하면서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였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은둔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계인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세계 곳곳에서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항의소동이 줄을 잇고 것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일을 하지 못하면서 엄습해 오는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국민들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평생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잔인한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이웃돕기가 활발하지만 적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구경기에서 왜 관중들이 9회말까지 숨죽이며 자리를 뜨지 못할까? 9회말 투아웃에서 구사일생하는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 우리네 삶에는 그 기적같은 인생 역전드라마가 없는 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려니 싶다.

                                                                           (2020.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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