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골 옛날 쌀엿

2020.11.19 19:15

최기춘 조회 수:8

박사골 옛날 쌀엿

                                             최기춘

 

 우리 고장 임실군 삼계면은 박사가 많이 배출된 곳으로 유명하다. 전체 인구가 2,000명도 안되는데 배출된 박사가 170여 명이나 된다니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두 집 건너 한 집에서 박사가 난 셈이다. 고등고시 합격자도 많고 유명한 문인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임실군은 옛날부터 명당이 많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삼계면에 명당이 가장 많다고 한다. 삼계면은 옛날부터 중시조급의 벼슬을 한 사람들이 낙향하여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마을이 열여섯 성씨나 된다. 마을마다 집성촌을 이루고 살면서 다른 성씨들보다 좋은 가풍을 기르고 전통을 지키며 후손들의 교육에 힘쓰는 생활모습이 눈에 보인다. 가문에 대한 자긍심도 높고 행실도 바르다. 높은 학문과 바른 행실이 집안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역에 대한 애향심도 강하고 인심도 좋으며 미풍양속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집안마다 음식도 특색이 있고 정갈하고 맛있다. 한과, 조청, , 가양주는 모양과 맛과 향이 독특하고 좋지만, 그중에서도 엿은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았다. 우리 고장에서는 삼계 엿이나 조청은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쓰였다. 지금은 삼계 엿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겨울철 농외소득을 올리는 효자노릇을 한다니, 고집스럽게 전통을 지키며 올곧게 살아온 보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계엿 은 만드는 방법도 옛날 방법이지만 맛도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이어온 고유의 맛이다. 바삭바삭하여 입에 들어붙지 않고 콩가루에 묻혀먹으면 고소하다. 엿은 맛있지만 입안에 들어붙어 잘 못하면 치아가 부실한 사람들은 엿을 먹다 큰 봉변을 당하는 수가 있는데 삼계 엿은 입에 들어붙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삼계 엿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고인다. 만드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과정마다 온갖 정성이 깃든 음식이다.

 

 먼저 큰 가마솥에 장작불로 고두밥을 지은 뒤 엿기름과 고두밥을 섞어 10시간 정도 삭혀서 식혜를 만든다. 식혜를 걸러서 솥에 붓고 장작불을 적당히 조절해 가면서 대여섯 시간 동안 졸이면 조청이 된다. 조청을 두 사람이 맞잡고 늘이기를 반복한다. 엿을 늘이는 과정이 힘이 많이 들고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거무스레했던 조청이 늘이는 횟수를 반복하면 하얗게 변한다. 적당히 늘인 엿은 마루로 통하는 작은 문구명을 통해 엿가락을 빼낸다. 안방과 바깥의 온도 차이에 의해 엿이 굳기 때문에 한겨울이 아니고서는 전통방식으로 엿을 만들 수가 없다. 엿가락이 굳으면 7㎝ 크기로 손으로 잘라 콩가루를 보기 좋게 입히면 삼계엿이 완성된다.

 

 삼계면 출신 원이숙(69) 할머니가 박사골 옛날 쌀엿으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0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임실군에 큰 경사가 났다. 원이숙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엿 만드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고 한다. 대대손손 삼계엿을 지켜온 분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원이숙 할머니가 대표로 지정을 받았지만 삼계면에 사는 할머니들은 대부분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옛날부터 엿은 간식으로 많이 먹었지만 수험생들은 합격을 기원하며 먹기도 한다. 박사고을 엿은 수험생들에게 선물하면 심리적으로 큰 효험이 있을 성싶다. 돌아오는 설 명절에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간식으로 대학 수험생이나 취직 준비생들에게는 합격을 기원하며 임실 박사고을 쌀엿을 선물하면 크게 환영받지 않을까?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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