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묘수, 7진법

2020.12.03 12:42

구연식 조회 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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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묘수, 7진법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오늘은 일요일이라 모처럼 집에서 편히 휴식을 보내고 있다, 새삼스럽게 천지를 6일 만에 창조하시고 휴일을 맞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싶다, 천지창조를 30일 만에 만드셨으면 30일마다 휴일이 되어 몸은 일에 지쳐 녹초가 되었을 것이고, 3일 만에 끝내셨으면 쉬는 것도 지겹고 지갑은 텅텅 비었을 것이다. 7일마다 휴일을 점지하시어 인간의 생체리듬도 어느 사이 그렇게 적응하여 신(神)의 묘수 7진법에 감탄한다.



인간의 탄생을 축하할 때도 7의이란 숫자가 등장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때도 7이란 숫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의료시설이 없고 출산 상식도 미약한 전통사회의 출산에서는 미신과 생활과학을 병행한 산후조리에 임했다. 아이를 낳으면 금줄을 쳐서 대문이나 산실 앞에 두르고 산모와 신생아는 질병 감염을 우려하여 잡귀나 뭇사람의 출입을 금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첫이레·두이레·세이레 때마다 특별한 의례를 치르고, 100일째 되는 날에는 '백일잔치'를 했다. 죽은 자에 대해서도 의미와 절차는 달라도 불교에서는 49재, 기독교에서는 49주기 추도 예배 등으로 명복을 기원하는 7의 의식절차가 있다.



자연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는 색, 소리 그리고 순환의 법칙에는 신비하게도 7진법이 숨어있다. 인간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7빛깔 무지개'라고 한다. 그래서 모든 색깔은 무지개의 7빛깔을 기본으로 하며, 7빛깔을 적당히 배합하여 다른 색깔을 만들기도 한다. 무지개는 착함과 희망의 상징이다. 과학적 입증 이전에 무지개는 동화책에서부터 전설과 이야기 속에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무지개의 상징이 많다. 그리고 종교의 경전에서도 '약속'을 의미하는 계시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종교에서는 가장 착하고 나약한 자들이 천국으로 가는 길에 무지개다리를 놓아주는 경우를 비유하기도 한다.



새소리 바람 소리 천둥소리에서부터 아름다운 성악가의 노랫소리도 모두 기본 7음계 7옥타브에서 조화를 부리는 것이란다. 음악에서 음계란 음높이대로 배열한 일련의 음들의 집합을 말하는 것으로, 초기 서양음악에서 옥타브를 7개(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음으로 나눴는데, 중세의 음악가들은 선법(旋法)이라 부르는 다양한 7음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었다고 한다. 7음계 역시 신이 만든 자연음을 인간이 찾아낸 7진법의 한 수이다.



1869년 화학자 멘델프가 물질의 원소들을 그의 원자량의 순서로 나열해 보니 7주기를 가지고 모든 원자가 7번째마다 같은 성질의 원소가 반복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7주기가 7번 반복하면 끝이 나는데 이것이 하나님이 만든 7진법의 주기율(화학 주기율표)이다. 이 지상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은 수억 가지가 넘지만, 이것들의 구성 원소를 분석하면 모두 이 주기율표의 7주기 7열 속에 다 들어가게 되는 참으로 수백 번 놀라도 부족할 정도로 정밀한 신의 한 수 7진법의 화학적 규칙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물건의 원소는 신이 만든 7진법의 원소주기율표에 의해서 구성되고 만들어져 있다. 그 물질을 표현하는 색깔은 7진법의 무지개 색깔이 기본이다. 그리고 그 물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7 음계의 비법이다. 참으로 신의 한 수 7진법을 과학이 검증하여 인간은 자연 속에 신의 존재를 경외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다. 인간은 간혹 과학의 증명이 어려운 현실을 종교나 신의 세계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인간의 우매함을 신의 핑계로 정당시하려는 꼼수이다. 조물주는 수만 종의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거대한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에 칩(chip)을 설치하여 생명과 질서를 불어넣으셨다.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만드셔서 개별과 전체가 공존과 조화 속에 살아가도록 전체의 질서를 만드셨다.



우리는 서녘 하늘에서 수만 마리의 철새들과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만든 바닷속에서 수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어느 순간 외부적 충격에도 한 건의 충돌과 사고 없이 질서와 조화 속에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한다. 역시, 신의 한 수인 7진법의 본능을 입력한 것으로 인식된다. 인간은 과학의 힘을 빌려 자연의 7진법의 신비를 찾아내어 요리조리 변형 시켜 삶의 도구나 제도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고대 서양 사회에서는 성인(成人)의 팔·손가락·발처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선택해서 ‘야드’(yard) ‘인치’(inch,) 센티미터(cm)를 만들었다. 동양에서도 엄지와 중지를 뻗은 길이를 ‘주척’(周尺), 중지의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의 길이를 ‘촌’(寸)으로 정했다. 이처럼 동·서양의 도량형(度量衡)은 인간의 신체적 길이를 공통으로 정하여 상품 거래나 세금을 징수하는 데 사용했다.



우리 인간들은 어느 때부터인지 7진법보다는 세계적인 공통 진법인 10진법에 익숙해져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 손가락 발가락이 뚜렷하게 10개가 있어 10진법의 기초도 손가락 발가락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금도 가장 원시적인 셈법에는 손가락 발가락을 동원한 가감 셈법이 응용되고 있다.



오늘은 신이 주신 일요일이다. TV를 켜니 무지개 7 빛깔의 화면에서 7음계의 선율을 기반으로 한 영화음악이 눈과 귀를 황홀의 날개 위에 얹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학림(學林)의 10진법 손가락, 발가락도 어느새 흥에 겨워 7진법 음률의 박자에 맞춰 꼼지락거린다.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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