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에 맞는 성탄절

2021.01.09 12:42

전용창 조회 수: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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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속에 맞는 성탄절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용창












성탄절 전날 아침, 'J 문우님'의 전화를 받았다.



“전 선생님? 점심을 남편이랑 같이 하고 싶은데 시간이 있는지요?”

그분은 시도, 수필도 일찍 등단하시어 문집도 내시고, 개인전을 7번이나 가진 중견 화가이기도 하다.



“네 좋아요.”



식사 자리에 가니 권사 문우님도 와 계셨다. 그분도 글을 잘 쓰시지만 믿음이 아주 돈독하신 분이다. 반가운 만남이었지만 악수도 못 나누고 마스크를 한 채 인사를 나눴다. 두 분의 문우님은 앞자리에 앉고, 나는 'J 문우님‘ 남편과 나란히 앉았다. 문우님은 말씀하셨다. 오늘 식사는 남편이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이뤄졌다고 했다. 내가 먼저 대접해야 하는데 죄송했다. 부부는 5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그들은 교육자로, 문학가로, 치과의사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다. 정년을 하시고는 사모님과 함께 영세를 받아 ‘미카엘’로, ‘미카엘라’로 주님을 섬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시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점심 메뉴는 ‘전복 대구탕’이었다. 영양식으로 맛있게 차려왔다. 권사님이 나에게 기도를 권하셨다.



“저보다 믿음이 깊으신 권사님이 해주셔야죠?”



“그래도 목사님이 해주셔야죠?



나는 식사기도를 했다. 먼저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며, 귀한 음식을 대접해주신 손길의 축복을 빌고, 교장 선생님의 노년이 외롭지 않도록 ‘임마누엘’이 되어주시기도 빌었다. 전복도, 대구도 제철 음식이어서 맛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소년처럼 겸손하셨다. 식사 중에도 연신 나를 챙겨주셨다.



“전 선생님, 천천히 많이 드세요!”



“네, 맛있게 먹고 있어요.”



빈 접시에 놓인 생선 뼈를 젓가락으로 가리키시며 말씀하셨다.

“뼈에 생선고기가 많이 붙어있어요.”



“아, 그래요?”

나는 뼈에 붙은 살까지 말끔히 먹었다. 'J 문우님'께서 말씀하셨다.

언젠가 남편한테 ‘전 선생님’의 수필을 읽어보라고 책을 건네주었더니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다. 교장 선생님의 삶이 나보다도 험한 골짜기가 많았을 텐데 나의 지나온 삶에 공감을 하셨다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아픔을 당해본 사람만이 상대방의 아픔을 아시나 보다. 식사를 마칠 무렵 내 차로 모신다며 오후에 드라이브나 하자고 했다. 그래서 성탄 전날 성지순례가 이뤄졌다. 목적지는 전주 근교 원평에 있는 ‘수류성당’이었다.



‘수류성당’은 순교자 묘역이 있는 성지다. 그곳에 도착하니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시며 양팔을 벌리신 주님 상이 우리를 보고 계셨다. 우리는 각자 기도를 드렸다. 성당은 1895년 건립되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전소되고, 이때 신자 50여 명도 인민군에 피살당했다니 그날의 참상이 눈에 어른거렸다. 지금의 성당은 1959년에 교인들이 자력으로 다시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한국전쟁에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가 묻힌 곳을 방문하니 의미가 있었다. 본당으로 올라갔다. 전쟁 중에도 성당문은 열려 있었을 텐데 ‘코로나 19’는 이곳 성지마저 봉쇄하게 했다. 주님께서는 왜 코로나 재앙을 바라만 보고 계실까? 무엇이 주님을 노하게 했는지 세상 사람은 모르고 있다. 주님의 마음을 모른 채 우리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차 속에서 말씀하셨다. 성탄 전날을 은혜롭게 보내게 되어 고맙다고 하셨다.



다음날이다. 오늘은 주후 2020년 성탄절이다. 예배를 드리려 교회에 갔다가 돌아섰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전 교인이 온라인 예배를 드렸으나 성탄절 예배는 선착순 20명만 대면 예배가 허용된다는 기쁜 메시지를 받았다. 아내에게 우리 집 대표로 간다며 눈인사로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갔다. 예배 시작 40분 전에 교회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20명이 찼다며 문이 닫혀있었다. 부목사님께 헌금만 드리고 나온다며 부탁하여 교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성전은 ‘노아의 방주’고, 일찍 온 교인은 구원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헌금을 드리고 성탄 예배지만 들고 나왔다. 천국 열차를 놓친 것처럼 허탈했다.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노아의 방주도, 천국 열차도 탈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한낮인데도 내가 본 하늘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그러면 더욱 더 쓸쓸한 성탄절이 되겠지. 순간 인근 순교자 묘역 ‘치명자산’이 떠올랐다. 그곳으로 향했다. 지난 성탄절을 회상하다 보니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 몇 년 전까지 한옥마을 공용주차장으로 사용한 광장에는 500명을 동시 수용하는 ‘평화의 전당’ 건립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제 외관은 거의 다 끝나고 내부 마무리 공사 중이었다. 완성되면 교황님도 오신다고 하니 우리 고장의 영광이다. 나는 개신교 신자지만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십계명이 같고, 같은 하나님을 믿으니 형제라는 믿음에서다. 이 성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동정 부부인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신유년 천주교 박해로 가족 7명이 순교하여, 이곳에 합장된 성지다.



산비탈을 타고 오르며 골고다 십자가의 길 14처에 도달할 때마다 합장하며 묵례를 드렸다. 주님께서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며, 쓰러지시고, 채찍을 당하시고, 피 흘리시며 고난을 받으신 곳을 성물로 조성하여 기도처로 만들었다. 나는 십자가상에 매달린 주님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렸다.

“주님,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상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공로를 기억하게 하여 주시고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코로나 19’는 강대국도 약소국가도 부유한 자도, 가난한 자도, 젊은 사람이나 노인이나 가리지 않는다. 미사일과 핵무기로도 대적할 수도 없다. 오로지 서로 하나가 되어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강대국은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예방약 백신을 싹쓸이하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가난한 아프리카인은 뭐라고 할까? 차라리 이럴 바엔 모두의 종말을 기원해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야 물리칠 수 있는데도 자기들만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국경 없이 넘나드는 철새들이 전염시키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바람결이 또한 매개체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산 길에 암벽에서 파장이 일었다. ‘너희들도 나처럼 병든 자와 가난한 자, 어린아이와 과부를 돌보아야 천국을 기업으로 받는다.’는 주님의 말씀이 성탄의 메시지였다.

(2020.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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