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 유감

2021.01.12 18:53

김세명 조회 수:1

희수 유감(稀壽 有感)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희수를 지났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족과 식사도 함께 하지 않았다. 역병이 창궐하니 내가 하지말자고 했다. 입동을 시작으로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으로 겨울이 이어진다. 내 나이가 인생의 입동에 들어섰다. 계절만 춘하추동이 있는 게 아니고 인생도 춘하추동이 있다. 25세까지는 봄이고 50세까지는 여름, 75세까지는 가을이며, 75세 이후는 겨울로 생의 끝이다.

 삼라만상은 겨울을 맞이하여 나무는 잎을 떨구고 다른 생물도 동면에 들어간다. 누구나 그 대열에서 이탈할 수 없다. 항상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고 귀뚜라미 울고 천고마비니 독서의 계절이니 하지만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해야한다.

 뒤돌아보니 1967년도에 제대를 하고 그해에 공무원이 되어 2001년도에 정년퇴직을 했으니 얼추 35년이다. 돌이켜 보아도 내세울 건 없다. 태생부터가 시골에서 팔남매의 장남으로 6.25를 겪으며 많은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고생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왜일까? 여름밤 초가지붕에 박꽃이 피고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식구들과 멍석에 누워 별을 헤며 잠들던 시절, 자지러지게 매미가 울고 소쩍새가 목이 타던 보릿고개가 생각난다. 가난했지만 인정이 있었고, 정월 대보름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깃대를 들고 풍물을 쳤다.

  내가 도시로 나온 건 공군에 복무하면서부터였다. 제대 후에 시험으로 경찰이 되었다. 경찰은 인사이동이 많아 35년간 40여 회나 이동하면서 근무했으니 가족이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을 했다. 그때는 방랑시인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월급 받으며 방랑했으니 빌어먹은 김삿갓보다 못할 게 없다고 마음먹으니 가는 곳마다 즐거웠다.   제복을 입고 근무했으니 무시당하진 않았다. 그런 시절을 뒤로하고 퇴직 후 여유를 가지고 살다보니 어느덧 희수다. 앞으로 산수 미수 졸수가 다가올 텐데 내가 얼마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의료보험공단에서 연명치료거부 동의서를 받아 보관하고 다닌다. 요즘 이승을 떠나는 친구들의 부음이 들릴 때마다 쓸쓸하다. 언젠가는 나도 저 길을 갈 것이다.

 희수가 되어 생각해보니 일모도원이다. 즉 해는 지는데 해놓은 건 없고 마음만 바쁘다. 뭔가 정리해야겠고 언제 떠나도 후회가 없도록 내 삶을 정리할 수필집을 내어 자손들에게 이렇게 살았노라고 전하고 싶다. 그건 수필가로서 나의 꿈이기도 하다.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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