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2021.08.20 15:21

노기제 조회 수: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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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6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설촌

 

   콕콕콕, 이어지는 집콕으로 답답하던 긴 일상에, 향긋한 봄바람을 흠뻑 들이마신 아름다운 저녁 모임이다. 9월이 되면 작은 콘서트를 열겠다고 회원들을 채근하는 극성스런 회장 케빈이 단톡방에 공고하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전화를 했겠지. 연습 안 하는 나만 들들 볶는 것은 아니리라.

   북가주로 둥지를 옮긴 초대 회장 인자씨가 비행기로 날아 오고, 연습은 때려치우고 회비만 납부하면서 좋은 친구들 만나는 재미로 달려간 나까지 합이 열이다. 기타 불지참에 먹고 마시자는 모임 장소는 부에나 팍. 연애하던 때 그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보고 싶어서, 좋아서. 누가 강요한다고 하겠냐만.

   모두들 두 번의 백신 접종을 끝냈다고 자랑들이다. 마스크는 벗어도 되지만 그래도 각자 조심은 해야되지 않겠냐며 시끌벅적 천막 식당이 웃음소리를 모은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접종을 거부하던 나는 한국 여행 시 2주간의 격리 시간을 면제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겨우 일차 접종만 끝낸 상태라서 될수 있는 한, 마스크는 벗지 않고 수다에 수다를 조심스레 쌓아 올리느라 신경을 쓴다.

   회원중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은 한 명 있었는데 아무 증상도 없었고 이틀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보고다. 검역 자체가 부실했던 모양이라며 결국 모두 건강하게 살아남아 줘서 고맙다고, 진정으로 따스한 토닥임을 서로에게 주고 받는다.

   한가지 기도해줘야 할 제목이 있다며 잠시 머뭇거린다. 작년초 신입생으로 가입한 후 단시간에 놀랄만한 실력 향상으로 가을 집안 콘서트에서 얼굴을 보인 사라씨가 암투병 중이란다. 그렇게 깜짝 출현해서 실력으로 우리를 놀래키고 단번에 부회장으로 임명되어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무슨 이런 일이 있느냐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6월 말경 항암치료가 종료 되면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온다. 기타 연습도 가능하게 될것이라 믿는 맘으로 회원 여러분들게 사정을 알리고 기도 요청을 해온 것이다.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감추고 어둠속에서 혼자 견디는 것보다 오픈해서 힘을 끌어모아 함께 역경을 이기자는 용기가 이쁘다. 연애하듯 강한 끌림으로 다가오는 사라씨가 대견하다.

   혼자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그렇게 합해지다 보면, 무슨 역경인들 헤쳐나가지 못하겠는가. 내가 처해 있는 이 못된 환경을 꼭꼭 닫아걸어둘 것이 아니다. 열어 제키자. 환한 빛을 받아 밖으로 노출 시켜서 도움을 구하자. 아주 작은 말 한마디, 표시도 안 나는 배려 한 조각, 따끈한 사랑 한 방울까지 모두 내 품으로 끌어들이자. 창피하단 생각일랑 던져 버리자. 자존심이 상한다는 사단의 유혹도 짓밟아 주자.

 

   친구를 삼자. 내게 관심의 눈길을 주는 낯설었던 누구라도 귀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믿자. 혼자 고립되어 갈바를 모른채 자꾸 숨어 버리던 자만심을 내 가슴에서 뽑아내자. 온갖 두려움으로 벌벌 떨던 약한 혼자가, 여럿이 함께되어 하늘의 지혜를 구하며 강해지리라. 그러다 보면 집콕에서도 완전 해방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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