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 메릴랜드에서 이색적인 시합이 벌어졌다. 당시는 말이 끄는 수레차가 교통수단이었던 때다. 한데 피터 쿠퍼라는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가 신기술로 만든 증기차를 선보이자 이에 위협을 느낀 인간 마부가 이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당시 증기차는 아주 원시적 수준이어서 말보다도 거의 10 마일이나 느린, 시속 18 마일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증기차는 피곤을 모르고 달릴 수 있는 기계였고 말은 결국 지칠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뻔할 거라는 예상으로 이루어졌다. 
  13마일 거리의 두 도시 사이를 두고 경주는 시작됐다. 처음엔 말이 끄는 수레가 앞섰다. 증기차는 출발에 필요한 시발 동력을 얻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증기차가 이를 따라 잡으면서 피 말리는 혈전이 막상막하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드디어 증기차가 승기를 잡으려는 마지막 순간 도르래에서 바퀴에 연결된 벨트가 빠지면서 증기차는 서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기계를 굴복시킨 셈이 됐고 언론은 인공이 아닌 자연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180년 후 최첨단 수준의 지능을 탑재한 기계는 인간의 지능에 도전장을 냈다. 무적 같던 기계는 회로에 착오가 생기면서 마지막 게임에 앞서 한번 무릎을 꿇었다. 언론은 졌으면서도 이긴 인간의 승리인 셈이라며 자위했다. 
  태초에 창조주는 당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만들고 자유의지를 주셨다. 그리곤 온 땅의 피조물을 관리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나 교만한 인간은 바벨탑을 쌓고 기어오르려 했다가 무너져 내리고 말도 서로 통하지 않는 참담한 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이를 잊지 않고 절치부심한 피조물 인간은 창조주가 한 대로 자기를 닮은 또 다른 피조물을 만들어 인공지능을 심어 온 세상을 관리하고 그러기 위해 온 땅의 언어를 또 다시 하나로 묶으려고 계획했다. 그리고 첫발의 시도로 자신의 작품과 스스로 대결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아직 완전치 않음이 밝혀졌지만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 인공지능의 위협에 놀란 인간은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이를 두고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무리와 제2의 바벨탑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르니 그러면 안 된다는 부류로 갈라졌다. 
  이에 대해 한 미래학자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기계가 발전돼 사람의 일을 분담해 오는 동안 인간의 뇌는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인류의 역량이 더 확장된 덕분에 문명은 더욱 발전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과학자는 인공지능을 '똑똑한 하인'이라고 했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편리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옛 선조들의 안목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구한말 때 서구에서 들어온 정구(테니스) 경기를 보고는 '의관도 정제하지 않고 민망한 옷차림에 막대기 채를 휘두르는 것은 상것들이나 하는 짓이니 하인들에게나 시키고 우린 그걸 구경하면서 즐기면 된다'라고 했다는 그 말. 
  그렇다. 인공지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불과하고 인간의 제어를 받는 똑똑한 하인에 지나지 않을 게다. 우린 그저 품위 지키며 잘 관리하고 지켜보기만 하면 될 일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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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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