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마흔 살 딸아이

2020.02.25 09:59

서경 조회 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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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는 섣달 이레(12/7), 양력으로는 1월 24일.
딸이 드디어 서양 사람들이 ‘언덕(Hill)’이라고 부르는 마흔의 언덕에 섰다.
이제껏 오르기만한 산이라면 정상을 찍고 하산할 차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딸은 아직도 더 높은 정상이 고픈 야심찬 아가씨다.
패션 칼리지 졸업도 하기 전에, Juicy Couture에 200:1을 뚫고 들어가는 신묘를 부리더니 작년엔 인터내셔널 패션 컴퍼니 Skechers에 스카우트 되어 바이어로 제 기량을 펼치고 있다.
맨하탄 비치 본사에 근무하는 딸아이는 회사 대우와 분위기에 상당히 만족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항차 자기 컴퍼니를 차릴 구상을 하며 계속 리서치하고 있다.
같은 다자인 쪽이긴 하나, 문방구 용품 다자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예쁜 학용품이나 일기장을 보면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콜렉션 해 두던 아이였다.
그때의 취미가 장래 비지니스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어릴 때부터 예쁜 걸 좋아하고 내게 주는 선물은 손으로 그리거나 만들어 주곤 했다.
커서도 그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이면 샘플 삼아 외국에 까지 주문을 해서 요모 조모 손으로 질감도 챜업하고 디자인도 꼼꼼히 살펴 보고 있다.
나하고는 영 딴판이다.
나는 거의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데, 딸 아이는 정 반대다.
두드린 돌다리도 다시 한 번 두드려 귀를 대 보고 건너는 아이다.
나는 귀찮아서 첫집을 둘러 보고 바로 사 버렸는데 딸아이는 60 채를 보고 난 뒤에 61번 째 집을 샀다.
우리 부동산 에이전트는 첫집을 보고 너무나 쉽게 결정해 버리는 내가 오히려 믿기지 않아, 아직도 보여줄 리스팅이 몇 채 더 있다고까지 했다.
아마도 우리 딸아이 에이전트는 학을 떼지 않았나 싶다.
그런 탓인지, 딸은 내가 봐도 좋은 가격에 빅베어 팬션같이 예쁜 집을 샀다.
까칠한 딸아이 선택에 나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딸아이는 내 도움 없이도 잘 살아 가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이번에도 40회 생일을 맞이하여 더 넓은 세상 구경을 하러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3년 전부터 여행 경비를 모아 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할 5개국 역사와 건물 움직일 동선까지 모두 점검해 두었다.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
함께 아빠와 오빠를 잃은 아픔이 있는 아이.
세 살박이 꼬마 아가씨가 엄마 손 잡고 이 거대한 미국까지 따라 와 제 몫을 해 내고 있으니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
딸아이를 볼 때마다 김현승의 ‘플라타너스’ 시가 떠오른다.
...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플라타너스/너는 그 길을 함께 걸었다...
18년을 싱글 엄마로 살아오는 동안, 딸아이는 나와 함께 먼 길을 함께 걸었다.
우리가 걸어 온 길, 자욱 자욱마다 흘린 눈물과 웃음을 딸아이는 다 기억하고 있으리.
저 홀로 일어서서 제 발로 걸어가는 아이.
대견하고 고마워, 이번에는 직접 꽃배달과 함께 두툼한 돈봉투도 건넸다.
카드에는 딱 두 마디만 썼다.
“고맙다! 수고했다!!”
이 두 마디 외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이 두 마디의 의미를 딸아이도 알고 있을 터이다.
앞으로도 모쪼록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아름다운 아이’로 커 주길 바란다.
몸도 마음도 예쁜 아이가 되길 바라며 내가 손수 지어준 이름 ‘박동미’.
그 이름처럼 이름값 하며, 동방의 미인이 되어 세계로 꿈을 펼쳐 나가길 빈다.
내 딸 동미야!
정말 고맙다!
그리고 여기 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엄마는 앞으로도 너를 받혀주는 꽃받침이 되어 줄게!
탐스런 꽃송이 뭉게뭉게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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