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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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슬픔이 어우러져 저 밑 바닥 분화구에서 뿜어지는 아픔이 목줄기를 타고 올라, 목이 조이는 슬픔을 저도 겪어 보았습니다. 요즘 만나는 부부의 갈등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 들의 슬픔이 그러하리라고 생각 합니다. 부부 갈등은 고차원적인 이유도 있지만 일상의 빈곤과 결핍으로 인한 것도 많습니다. 한 달에 일만원도 가져 오지 않고 도박에 빠진 남편을 모시고 (그는 아무 때나 자고 놀고 밥차리라고 명령하니까...) 살아야 하는 돌박이 아기 엄마의 기운없이 흐르는 눈물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었습니다. 마치 한쪽 담에 버썩 말라 썩은 것 같은 나무 줄기 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상담에서는 그냥 하나님께 기도 하시라고 미뤄 놓고만 싶었습니다. 그 나무가 언제 살아 있음을 보여 줄지 몰라도 아기 엄마는 아기를 누가 좀 봐 주어야 나가서 일하고 돈을 벌텐데~! 하고 절규합니다. 마른 나무 줄기에서 청포도 송이가 맺히듯, 이 가족도 파릇파릇 생명력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청주에서 <숨, 쉼 아동 가족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막내 동생이 나의 글 "포도나무"를 읽고 보낸 글이다. 마음이 많이 착잡하고 슬펐다. "돌박이 엄마가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아기를 업고 상담실을 찾았을까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가 마음으로만 힘을 드립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숨을 들이 마셨다 할지라도 쉼을 통하여 안의 모든 것들을 밖으로 뱉어내고 편안한 가슴으로 살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둘러 보면 살 길은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인생입디다." 라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엄마에게 나의 마음을 보냈다. 여러가지의 아픔을 상담 해야 하는 동생에게 지혜로움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상담소를 찾는 힘든 사람들에게 밝은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한국에 전화를 하니 "언니 나 중요한 상담 중인데 나중에 다시 해요"했다. 다음 날 또 다른 상담 내용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산 사는 아들이 어머니를 모셨는데 문제가 있었다. 고부간의 갈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삶의 소원함도 있었을테고, 외로움도 상처도 있었을터이다. 서로의 오해로 골이 깊어져 있었다. 생각 끝에 마산, 안양과 대구에서 삼 남매 부부와 어머니가 함께 상담소를 찾았다. 총 7명의 가족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변화를 원했다. 자세한 것은 개인정보라 말 할 수 없다 해서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잘 해결 하고 떠났음을 감사 한다고 했다. 상담소가 많이 있지만 숨, 쉼 상담소를 방문해 준 가족에게 감사한다 했다.

  2년 전 청주의 상담실에 갔었다. 아주 단아하고 예쁜 상담실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실내 분위기를 담아 내고 있었다. 동생은 대학 강의를 나가면서 공부도 계속하여 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매사에 열정적인 동생은 어려움과 아픔으로 상담을 원하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고, 또 지혜로운 삶으로 인도해 주는 일이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 상담 하는 일은 박사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상담에도 1급 2급의 급수가 있고 최종으로 수련 감독이 된다고 한다. 매 년 상담의 사례를 기록하여 보고 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담을 받고 간 분 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가끔 전화도 해 주어야 한다. 너무 일이 많다고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혜와 부지런함으로 살아 가는 동생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소중한 관계를 위한 예의가 부족한 세태의 한 면을 보는 것 같다. 가정에서 먼저 서로를 배려하고 적은 일에도 마음 써주면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의 생각은 잘못이고 나만 옳다고 옹고집 처럼 주장 하지 말고 상대방의 처지를 내 것으로 한 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 조금은 이해되고 양보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 하는 것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 하는 것이 더 기쁜 일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긴 시간 동안 오해의 고리를 만들어 서로를 얽어 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고 깨닫고 마음을 열면 아들도 며느리도, 딸도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거짓말 처럼 풀려 나갈 것이다. 

  지난 세월을 조금 돌아 왔다고 생각하자. 되돌아 보면 어떤 길은 괴롭고 힘이 드나 어떤 길은 아름답지 않았을까? 7명의 상담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의 아픔을 온화 하고 따뜻함으로 바꾸어 돌아 갔다. 상담소를 찾기 까지 많이 힘들었을 그 가족이 이제 숨, 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함께 의논을 위해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혜있는 가족인 것 같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발 맞추어 걸어 가면 나를 지으신 이가 얼마나 좋아 하실지 우리는 안다. 우리를 세상에 보내 주신 이에게 감사하고 내 인생을 책임지고 보람있게 살아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