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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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선랜드 산상 기도회

2017.08.23 12:39

조형숙 조회 수:757

   Glendale을 지나 산 쪽으로 올라가 Sunland 기도원으로 향한다. 비는 오락가락한다. 가는 주변에 멋진 산과 경치가 아름답다.푸릇푸릇한 산의 풍경과 오랜만에 보는 그린 색깔이 참 좋다. 지난 몇 년 동안 물을 먹지 못한 잔디는 갈색으로 다 부스러질 것 같았다. 땅이 다 드러나 보기 흉했다. 나라에서는 물을 아낀다고 몇 천만불을 쓰고 저수지마다 빈 병을 띄워 물의 증발을 막았다. 인조잔디를 깔기 원하면 평수에 따라 돈을 주고 바꾸게 했다. 그러나 요즈음의 풍족한 비로 온 천지가 푸릇푸릇해졌다. 하늘의 은혜는 단숨에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일하시는 시간은 때가 없다. 인간은 시간을 잡아 계획하고 실행하지만 하나님의 일은 원하실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치대로 세상의 방법대로 살아가고 예상과 다르면 또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하나님의 타이밍은 인간과 다르다. 비는 인간이 할 수 없는 하나님의 권한이다. 창조주는 한 번으로 해갈시키고 산천초목이 초록으로 춤추게 한다. 소유하신 때를 열어주신 것이다. 갈하여 건조하던 내 마음에도 말씀의 단비로 말미암아 푸른 싹이 자라기 시작한다. 기쁨과 평강을 얻어간다. 마음이 편해지고 나의 근원을 찾아간다.
 
   오전 강의가 시작되었다. 옆 사람에게 칭찬 한가지씩 하라고 강사 목사가 말했다. "오랜 시간이 가도 변함없는 인품이 좋습니다."하니 "시인의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요." 옆에 앉은 권사가 말했다.
오전 강의 2시간이 길지 않았다. 충만한 은혜중에 온 교실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야외 의자에서 먹었다.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얼른 먹고 푸르러진 숲길을 걸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푸릇푸릇함 속에서 나는 나의 창조주를 생각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그 깊은 이유를 생각했다.
 
   오후 강의의 내용은 이렇다.“이 권사와 김 권사는 이웃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조그만 일로 다투게 되었는데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다. 마음이 다시 회복되는데 드는 시간이 6개월이었다.”이다. 짧은 거리를 너무 멀리 돌아온 사랑의 이야기다. 나도 공감했다.  사랑은 마음도 시간도 거리도 아깝지 않아야 한다. 나도 사랑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다가 헤어지면 또 보고 싶다. 우리 집은 경복궁 뒷문이 있는 효자로를 지나 국민대학 앞에 있었다. 그 사람이 Bus를 타고 떠나면 또 보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Bus를 따라간다. 다음 정류장 앞에서 택시를 내려 기다린다. 그가 타고 있는 Bus가 도착하면 살짝 올라탄다. 앞문으로 타서 조용히 그 사람 있는 뒤쪽으로 간다. "아 저기 그 사람이 있네." 가슴이 쿵닥거린다. 조용히 다가가서 툭 치면 깜짝 놀라 쳐다본다. 반가워하던 웃음과 눈동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보아도 보아도 또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돌아오는 Bus 안에서는 삼삼오오 이야기가 재미있다. 어느 권사님이 "친구가 갔어." "내 또래가 자꾸 가네." " 10년 전에 간 친구도 있는걸." 다른 분이 말했다. "왜 그렇게 빨리들 갔대?" 그 말을 듣고 다들 웃었다. 나도 웃었다. 창조주만이 대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했다.
한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하나님의 분부를 거역한 미하엘 천사에게 주신 세 가지 미션이 있었다. 세상에 다시 가서 그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라. 첫째 인간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둘째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세 가지의 의미를 깨달은 날에 다시 하늘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벗고 굶주려 있던 미하엘을 보살펴 준 구둣방 아주머니가 가진 사랑의 마음과 배려를 깨달은 것이 첫째였다.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음의 때'이다. 죽음이 닥치는 날을 알지 못한다. 미하엘이 깨달은 두 번째다.  하늘이 데려간 여인이 남겨둔 두 아이를 이웃에 살고 있던 여인이 자기 아이처럼 잘 키우고 있는 것을 본 미하엘이 미소 짓는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며 그 힘은 창조주가 이미 우리 안에 사랑으로 놓아두셨다. 세 번째 미션이다. 미하엘은 엄마를 데려가면 아이들은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에 하나님의 분부를 거역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머니 없이도 창조주가 준 타인의 사랑의 힘으로 살 수 있었다. 
 
   관계가 상품화되고 조건부가 되는 삭막한 세상에서 조건 없는 관계를 이루려면 가난한 마음, 거저 주는 사랑이어야 한다. 풀잎 같은 작은 관심, 처마에서 떨어지는 작은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을 수도 있듯이 작은 생명력을 가지고 이웃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 한켠을 비워 놓아 사랑을 채울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가난한 마음을 갖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