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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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박 트리오 20주년 기념 연주회가 있었다. 윌셔 연합 감리교회는 2층까지 좌석이 가득 찼다. 많은 음악회가 있어도 이렇게 많은 청중이 참석한 일은 드물었다. 박 트리오의 승전가로 연주는 시작되었다. 그들이 연주 때마다 즐겨하는 곡이다. 힘차게 청중을 사로잡은 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으로 감미로움을 더해 주었다. 아리랑 환타지는 아름다우면서 민족의 슬픔이 담긴 애절함도 동반해 주었다.

   앤드류는 아내인 아이린과 둘이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바삐 움직이는 20개의 손가락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반복한다. 드넓은 들판에 피어있는 들국화가 살랑거린다. 수많은 나비가 꽃 위로 내려 앉는 황홀함과 간지러움이 부부의 사랑과 함께 온 무대를 따사롭게 한다. 찬양곡으로 많이 불리우는 Fantasia on Hyfrydol & Diademata는 익숙한 멜로디로 조용한 감동을 일으키며 가슴으로 다가온다.
"면류관 벗어서 주앞에 드리세. 저 천사 기쁜 노래가 온 땅에 퍼지네. 내혼아 깨어서 주 찬송 하여라. 온 백성 죄를 속하신 만왕의 왕일세" 찬양을 할 때 마다 감동이 오는 곡이다.

   한 곡을 끝내고 부부는 자리를 바꾸었다. 이제는 아내가 오른 쪽에 앉았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도나우강이다. 흥겨운 월츠 멜로디는 사랑하는 연인의 춤으로 변하여 빙글 빙글 돌고 있다. 강물도 함께 춤추고 있다. 네개의 손이 강하게 위로 솟구치며 그 들은 열정적인 사랑으로 하나된다. 도나우는 연인의 안식처요 사랑의 요새가 된다. 손이 손을 넘어 울려지는 건반의 아름다움이 절정일 때 연주는 끝이 난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앵콜이 터지자 앤드류는 검지를 들어 한 곡 더 해 드리겠다는 사인을 한다. 천둥과 번개, 장대비가 쏟아지고 앤드류가 일어나더니 오른손이 아내 손을 넘어 높은 음을 친다. 세찬 비는 계속 내리고 비와 함께 울리는 캐스터네츠의 경쾌함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주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끝이 난다. 

   70이 넘으신 어머니와 함께 바이올린을 켜는 아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어머니의 검정 드레스에 달린 반짝이가 밤 하늘의 은하수처럼 빛났다. 어머니는 아들의 소리를 보듬어 주고 아들은 자상하게 어머니를 배려하며 현을 켜 나간다. 조용하며 차분하게 이어가는 곡이 흐느끼듯 아름답다.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세상의 모든 따뜻함이 다 모인 듯 했다. 어머니는 "연습 중에도 자꾸 날 가르치려 해요"하고 아들은 웃는다. 이제는 나도 유명한 연주자 인데요 하는 듯이 들리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고마워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보인다. 트로이 메라이는 어린 시절의 자장가였다. 아들은 늘 어머니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단다. 아들이 피아노를 향해 돌아 섰다. 피아노 치는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 보면서 트로이 메라이는 이어지고 모자간의 사랑도 이어진다.

   어머니 김경선 교수의 모습은 정갈하고 도도했다. 오랜 동안 다듬어지고 익숙해진 피아노 연주자의 태도가 배어 나왔다. 교수 생활의 근엄함도 있다. 아련히 추억을 더듬 듯 얼굴 가득 정이 넘친다. 유머러스하고 사람 좋은 앤드류의 형 윤재씨는 윌셔교회 성가대를 지휘한다. 앤드류 선규씨는 새생명 비전교회 성가대를 지휘한다. 그 아버지도 오랫 동안 성가대 지휘를 하셨다. 남편과 두 아들을 성가대 지휘자로 두신 어머니의 일생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이 되면서 숙연해 지기도 했다. 

  트리오의 장엄한 화려함이 다시 시작된다. 피아노 솔로 연주를 기다리던 형과 형수도 힘 찬 숨과 함께 하나가 된다. 절제된 피아노와 감성적인 바이올린, 형제의 연주를 포근히 품어 주는 첼로의 연주는 하나 됨을 완성시켰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가을과 겨울에 여행을 다녀 온 듯 했다. Gardel의 Por Una Cabeza를 연주하자 가벼운 탄성이 흘러 나왔다. 감동으로 감상 했던 영화 '여인의 향기'에 삽입 되었던 곡이다. 아름다운 여인과 춤을 추는 알 파치노의 모습이 오버 랩 되면서 가슴을 에이는 아름다움을 들었다.

   K Kawai Piano는 일본에서 만들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피아노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은 아들은 Sigeru Kawai 라는 훌륭한 피아노를 제작한다. 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아침 일찍 묵념으로 시작하며 1년에 5-7대의 피아노만 만든다. 금년 초에 피아노 전시회가  미국에서 있었다. 25만불 짜리의 피아노가 전시되었는데 김스 피아노 벤자민 사장의 연결로 음악회에 특별히 연주 할 수 있도록 주선이 되었다. 앤드류 박은 피아노를 치면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앤드류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감사했다. 그의 생활은 늘 감사함이다. 감사의 마음이 넘치니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 아닐까?

  장엄한 하루를 마친 해가 주황 빛으로 산을 넘어갈 때 반딧불은 그 빛을 받아 한 집 한 집 주황 불을 옮겨 준다. 그러면 예쁜 동네가 태어난다. 온 가족이 하나가 된 무대는 감동을 주며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오늘 청중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밝혀준 멜로디로 아름다운 음악 동네가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