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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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작은 불 꽃 하나가 국경을 넘어

2018.04.08 05:01

조형숙 조회 수:7999

    올려다 보이는 건너 편 언덕 위로 모자이크 한 듯 화려한 지붕을 이고 있는 양로원 앞에서 내렸다. 가까이 가 보니 울긋불긋한 지붕은 세탁하여 널어 놓은 이불이었다. 경사가 심한 입구에는 경찰차가 와 있었다. 무슨 사고가 있었나보다. 

 
   양로원에 들어서니 토악질 날 만큼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코와 목을 따겁게 했다. 마음이 소리 질렀다. "난 이런 거 못해. 정말 싫어!". "그래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햇빛을 쪼이려고 많은 휠체어가 사람들을 태우고 밖으로 나와 있었다. 누군가 찾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가지고 간 바나나를 게 눈 감추듯 먹고 또 손을 내민다. 숨 막히는 냄새 속에 늘어져 있는 사람들이 마당 가득 비참하고 아픈 장면을 보이고 있었다. 남자들은 손톱 깎아주고, 면도를 해 주어야 했다. 여자들은 손톱을 깎아 주고 원하면 메니큐어를 해 주어야 했다. 새까맣게 때가 끼어있는 그들의 손톱을 깎아 주고 줄로 갈아 주었다. 귀엽게 생긴 여인의 손톱 다듬기를 끝내자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얼른 귀를 대어 주었더니 발톱도 해 달라고 하며 민망해 한다. 내려다 보니 축축한 구두에 발이 밀착되어 있다. 발등에 덮힌 끈을 떼어 내고 구두를 벗기니 발은 까만 색으로 변해 퉁퉁 부어 있었다. 발은 너무 차거웠고 노랗게 변색한 발톱은 발가락으로 꼬부라져 들어가 있어 깎기 힘들었다. 벗은 구두는 조금 말려서 신으라는 말을 손짓으로, 조금 아는 스패니쉬로 해 주었더니 끄덕이며 웃는다.  
 
   무릎 꿇고 엎드려 상한 발톱을 깎으며 생각했다. 나는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더럽고 추한 모양으로 살아 왔을까? 내가 이 사람들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일까? 나약하고 잘 넘어지는 내가 이들 보다 강한 것이 무엇인가? 내 심장에 새겨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떠오른다. 조용히 무릎 꿇고 앉아 제자의 발을 씻기시던 예수님의  모습이다. 그 마음을 만 분의 일이라도 닮고 싶었다.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죄송하고 죄송했다.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주어졌음에 감사했다. 이 순간 만큼은 악취도, 나약함도 볼 품 없는 모든 것도 사랑하고 싶었다. 그 것이 순종의 길이었다. 이 순간 만은 내가 온전한 것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남자들은 면도를 아주 좋아한다. 주로 남자들이 해준다. 지치고 힘든 영혼을 위해 주물러 주고 어깨를 두드려 주며 기도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 얼마나 귀한 아름다움인가? 그 들의 모습과 감동이 아직은 마음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질 지금의순간들을 기억해야 하고 기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내가 행한 아름다운 실천의 마음이 오래도록 선교를 향하기 소망한다. 뜨거운 마음이 작은 불 씨가 되어 꺼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일시적으로 다녀 왔지만, 주는 능하고 크신 손을 그 들 위에 펼치사 소망으로 살게 하실 것을 믿는다.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좋은 날도 있었으련만, 이제 나이들어 휠체어에 아픈 몸을 의지한채 소망 없는 눈 빛으로 앉아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을 가족들이 보내 놓고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길에 버려진 사람을 데려와 보호 하기도 한다.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다른 환경에 대한 괴리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어찌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소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이 저리고 아파 오지만 내 적은 힘으로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는 자동차들이 많은 시간을 지체하며 줄을 서 있다.  마약 냄새를 맡으며 차 사이를 휘적이는 송아지만한 탐지견들은 숨이 차다. 긴 혀에 땀이 배어 나온다. 그렇게 마약 사범을 잡는다고 한다. 붐비는 광장을 누비고 다니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많은 현지 사람들이 활기찬 삶을 가르치고 있었다.
 
  선교지를 떠나온 지금 그 들에게 전하고 싶은 성경 구절이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린도 후서 13장13절) 
 
* 이글은 한솔 문학 2023년 8월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