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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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2021.03.23 00:10

조형숙 조회 수:33

   학교와 교회가 문을 닫고 외출을 금지 당한 후로 꼭 일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팬데믹으로 답답한 시간을 거스려 보고 싶어 큰 맘 먹고  먼 길을 간다. 아침 8시경 집을 나서서 10번 프리웨이를 달린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하늘은 파아란 색깔의 도화지처럼 티 하나 없이 상큼하다. 다운타운을 지나며 보이는 구름다리 위에는 집 없는 자들의 비닐텐트가 가득히 마을을 이루고 있어 맑은 하늘과 대비되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LA를 떠나  팜스프링까지 100여 마일을 가서 62번으로 갈아타고 40마일을 더 가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팜스프링스를 지나는 길에는 대규모의 풍력 발전소가 있다.  2700개의 풍차가 돌아가고 있다. 30만 가구에 충분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데 팜스프링스 주민은 10만 가구가 산다고 한다.   
 
    Yucca Valley (선인장 계곡)를 지나 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국립공원이 있는 시의 이름은 트웬티 나인 팜스(Twentynine palms)다. 1852년 헨리 워싱턴 대령이 처음 발견 했을 때 29그루의 야자수가 있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공원은 동쪽 낮은 지대의 덥고 건조한 콜로라도 사막과 서쪽 높은 지역의 시원하고 습도 높은 모하비 사막으로 나누인다. 조슈아트리는 모하비 사막에 고도 400-1800m 지역에서 자생한다. 나무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만 용설란(Yucca)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입구를 들어가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조슈아트리는 두팔 벌려 하늘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여호수아를 닮아 있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다. 공원은 북쪽 입구 2개와 남쪽 입구 1개가 있는데 북 쪽 입구쪽에서 더 많이 자라고 있다. 키가 10미터를 넘는 나무는 약 150년을 큰 것이라한다. 큰 선인장 같기도 하고 나무같기도 한 잎을 만져보니 쇠를 박아 놓은듯 강하고 딱딱하며, 참나무를 닮은 나무 껍질은 몹시 거칠다. 조슈아 끝에 달린 흰 꽃은 단촐하고 담백한 꽃술이 길게 뻗어나와서 방울방울 흰 꽃덩어리를 만들고 있다. 큰 나무 사이로 키가 작고 가느다란 아기 조슈아도 함께 있다. 조슈아는 가시같은 잎이 위로 자라 오르면서 밑에 있는 것은 거꾸로 내려앉아 자신의 줄기에 단단한 벽을 만든다. 마치 외풍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듯하다.  
 
   형형색색의 모양을 하고 있는 돌무덤이들은  같은 모양끼리 모여 있다. 큰 바위가 모여있는 곳은 큰 돌무더기가 모여 언덕을 만들고 있다. 잔 돌이 쌓인 곳은 잔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아주 높은 바위에는 많은 사람이 자일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성공을 기뻐하며 두 팔을 높이 벌려 올린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데리고 와서 훈련을 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모자 바위(Cap Rock)라 이름하는 어마하게 큰 바위는 꼭대기에 모자챙 닮은 바위가 하나 올려져 있다. 한국에 설악산 흔들바위를 신기하게 바라 보았는데 이 공원 안에는 닮은 종류의 바위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Oyster Bar) 라고 이름한 바위는 아마 굴껍데기 같은바위가 모여 있어서인가 보다. 어느 큰 바위는엄마가 왼손으로 큰 아이의 허리를 감고 오른 손에는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바위의 모성을 느끼게 한다.  돌더미 마다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비스듬히 누운 아주 큰 바위는 가로로 잘려진듯 켜를 만들고 있는데 정교하게 자로 재어 자른듯하다. 이루 말할수 없이 많은 형상으로 보는 사람을 경이롭게 하고 있다. 누가 일부러 쌓으려해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세상 제일의 예술가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기이함이다. 길 양쪽에 희귀한 돌무더기 사이사이로 조슈아나무가 빼곡하게 어우러져 있다. 해골 바위(Skull Rock)는 아주 큰 바위의 양면 안쪽이 푹 파여 마치 눈처럼 보이고 밑으로는 입의 위치가 또 깊이 파여 있어 정말 끔찍한 해골이었다.
 
   준비한 점심을 먹는 돌 식탁 옆으로 생쥐 만한 크기의  작은 다람쥐가 지나간다. 연한 갈색털이 매끈하고 등에 무늬가 있는귀여운 것이  바위 위를 날쌔게 날아 다닌다. 사막 다람쥐라고 한다. 사막에는 자라도 산다고 하는데 오늘은 보지 못했다.
Keys View  언덕을 오르면 온 사방이 뻥 뚫려 있어 사면을 바라볼 수 있다. 저 아래 해면 밑으로는 2600FT라는 습지를 볼 수 있다. 왼쪽으로 멀리 Salton Sea가 보이고 하신토 산이 중앙에 보인다. 그 옆으로는 케이블카로 산위를 오르는 관광지가 보인다. 바람이 심한 언덕을 내려와 다음 장소로 차를 몰아간다.
  
   촐라 선인장(Cholla Cactus)은 조슈아가 드문드문 서 있는 남쪽 입구가 가까운 곳에 자생한다. 촐라 선인장은 마치 벗기지 않은 밤송이 같은 보송보송한 느낌의 알들이 오른쪽 왼쪽으로 빗겨 빗겨 올라가며 자란다. 작고 귀여운 선인장이 넓은 벌판에 퍼져 있어 보기에 아주 근사하다. 선인장의 윗쪽은 연한 연두빛을 띄고 흰색의 가시가 돋아 있다. 그 밑 중간 부분은 연한 밤색을 하고 있고 내려 갈수록 색깔이 짙어져서  가장 아랫 부분은 아주 검은 초코렛 색깔을 하고 있다. 그 것은 한 해 겨울을 지나고 자라면서 색이 달라지고 새로운 어린 것은 연한 색을 띠게 된다.  해를 보내며 오랜 것은 검은색으로 변하여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내려 수북이 쌓인다.  마치  자손들을 지키려는 듯 하다. 촐라 선인장 밭은 여러 세대가 한 부락에 사는 소박한 형상을 보여준다. 흘러가는 세대는 힘 없이 스스로 늙어 떨어져 내려가고 새로운 세대는 여리게 자라나 그 끝에는 노란색의 예쁜 꽃을 피우며 다음 세대를 이어 간다. 팻말에는 위험하니 만지지 말고 동물도 함께 있지 말라고 써 있다. 사막에 사는 선인장 종류는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인지 나뭇잎을 만져보면 모두 날카로운 쇠붙이처럼 강하게 붙어 있다.   
 
   나무는 자연적으로 자기 장소에 태어나 자라고 있고 사람들은 울타리를 만들어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보호하고 자라도록 돕고 있다. 국립공원을 갈 때마다  정성을 다하는 손길들로  많은 사람이 귀한 자연앞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아주 작은 하나의 티끌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겸손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게 된다.  창조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가슴은 활짝 열리고 뺨을 스치는 바람은 더 부드러웠다. 
 
   아구아 칼리엔테 에서 온천과 수영을 즐기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별도 없이 어두웠으나 하나님의 위대하신 바위 조각과 조슈아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은 하루였다.
 
 
* 이글은 미주문협 2023년 봄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