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1 14:58
국제전화 - 이만구(李滿九)
금년 들어 가을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꿈속에 30여 년 전 마지막 보았던 황매형이 그 잘생긴 모습에 정장까지 하시고, 한 여자를 데리고 먼 이곳까지 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 보는 여자였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다소곳하고 마음 착한 여자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비는 다시 추적추적 내리고, 44세 황매형은 말쑥한 몸매에 새 양복 젖을세라 우산을 펼치셨습니다
그리고, 터울 남동생과 함께 우산을 받고, 물끄러미 날 바라보더니만, 그때처럼 아무 말없이 빗속으로 떠나가셨습니다
나는 아침잠에서 깨어나, 아주 오랜만에 그리운 두 사람을 만나 무척 반가웠으나, 그 예쁜 여자가 누군지 기억을 한참 더듬었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뿐, 점점 동생 안부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전화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탁자 위에 놓은 셀폰을 왈칵 움켜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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