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4 15:43
유월의 소나무길 - 이만구(李滿九)
청솔가지 사이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나무 끝에 스치는 청아한 바람소리
어릴 적, 앞산에 오르던 기억과
동심 어린 그 유월의 하늘은 마냥 푸르렀다
이 건조한 남가주 초여름 산숲
그때 생각하며, 소나무길 걸으면
거북등처럼 갈라진 껍질 덮인 아람들이 외송들
그 잔가지가 싱그럽게 늘어져 있다
나는 길섶의 콘그리트 벤치에 앉으며
보기 드문 큰 소나무 가로수길
등바침의 유리 위에 쓰여있는 'Sunset Greens'
저녁산 황혼의 그림터치에 등 기대어 본다
커다란 날개 펼치는 검은 갈까마귀가
낮은 소리로 까옥거리고
셀폰의 KUSC 채널, LA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
토요일 아침,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비지터 센터까지 걷다 오는 산책로
고국의 '뮤직 토피아' 심야방송 시간
귀 익은 목소리와 달콤한 음악 들으며
고향 같이 포근한 소나무길 돌아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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