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19:33
거울 속의 아버지 - 이만구(李滿九)
창가에 가을 햇살이 비치는 주말 아침
두 식구 사는 집, 사랑스러운 아내가
내 머릴 깎고, 염색도 하고, 거울을 보니
바람 가듯 멀어져 간 이별의 긴 세월
거울 속 희미해지는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얼굴 안에 어린다
어릴 적, 상고머릴 좋아하신 아버지
그 가엾은 마음도 어렴풋이 스쳐 간다
아내는 신혼 초부터 함께 이발소에 가
노인 아버지의 상고머릴 깎게 하고
둥그스름한 두상이 잘 어울리신다 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머리의 앞과 뒤
아버지처럼 볼록한 두상은 아니지만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는 나의 노후
흰 모자에 지팡이 짚으시던 모습이려나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의 속 마음도
점점 모질지 못한 세월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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