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1 08:48
아내의 간장게장 - 이만구(李滿九)
코끝에 스며오는 주말 오후의 다디단 향내. 소파에 누워 자는 선잠 깨우는 부엌에서 나는 요리 내음이 온 집안에 가득하다
고향에서는 보통 벌건 양념게장인데, 예전에 이북식 간장게장으로 내가 밥 한 그릇 뚝딱 비운 건, 순전히 장모님 손맛 때문이었다
환절기 씁쓸한 입맛을 돋우기 위하여, 오늘은 아내가 요리사도 배워갔었다는 레시피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담가본다 한다
아침 장터에 나가 가을산 숫꽃게 사더니만, 황태포와 햇과일과 갖은양념 넣고 우려낸 간장물은 마치 톱톱한 수정과 같았다
꽃게 위에 식힌 간장물 붓고, 추모의 마음인가. 썬 빨간 생고추와 마른 월계수잎 동동 띄우는 그 사랑의 향기에 절로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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