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66
전체:
250,788

이달의 작가

고향에 눈은 내리고

2023.12.31 19:12

Noeul 조회 수:66

고향에 눈은 내리고 - 이만구(李滿九)

바다를 낀 고향에 도착한 것은 
어느 초겨울 날,
바람이 사뭇 몰아치던 그때의 이별 후 
또 다른 해후이었다

텅 빈 거리에 진눈깨비 날리고 
나는 외투의 눈을 털고
누이랑 들어간 곳은 
따스한 벽난로가 온기를 주는 카페였다

창밖에는 세월의 파편처럼 
눈이 내리고 둘이서 안경에 낀 
기억을 닦으며 
눈가에 어린 물기도 애써 지웠다 

가로등은 찬바람에 여위어가고 
정든 사람들은 가고 없는 
쓸쓸한 생각에 
이방인이 되어버린 설야의 귀향이었다 

거리 따라 내려다본 옛집터에는
함께 웃고 살았던 
가족들 표정이 얼어붙은 
눈만 수북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내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침묵 앞에서 [1] Noeul 2018.01.03 533
80 봄이 오는 길목에서 Noeul 2017.12.22 473
79 겨울 멜로디 Noeul 2019.12.28 391
78 도시의 겨울비 [1] Noeul 2020.05.13 360
77 걷다 오는 행길 [1] Noeul 2021.05.01 325
76 오레곤에 와서 [1] Noeul 2022.11.01 287
75 도시의 야자수 Noeul 2024.05.11 260
74 국화꽃 한 송이 Noeul 2024.02.08 254
73 여창의 달빛아래 Noeul 2024.02.04 213
72 가을에 핀 배꽃 Noeul 2023.01.14 203
71 길 위의 자유인 Noeul 2024.02.05 202
70 유월의 소나무길 Noeul 2023.06.24 186
69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9
68 자카란다꽃 Noeul 2023.07.11 139
67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9
66 몽고반점 Noeul 2024.02.08 130
65 노을 시선 80편 Noeul 2024.05.14 128
64 망향 Noeul 2023.11.24 125
63 외로운 별빛 Noeul 2024.02.08 123
62 윤사월 붉은 봄꽃이 Noeul 2024.04.03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