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09:22
낙타의 고백 - 이만구(李滿九)
아직 사막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이
어찌 열사의 나라에서 사는 짐승 알 수 있겠는가
신 마저 외면한 그 저주의 탄생을...
등 위의 멍에, 혹 뿌리 물통 쌍 봉우리
대장정 사막 횡단하는 실크로드 상인들과 함께
눈 껌벅이며 걷고 있는 순한 짐승이여!
별빛 쏟아져 잠시 눈 붙이다
다시 곤한 몸 뒤척이며 꿈꾸는 오아시스
끝없는 사막의 미로 그 희망 내려놓는 날
닳고 닳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너는 주인의 갈증 위해 한 목숨 내놓기로 작정한
소보다 더 충실한 큰 짐승 아니던가
그 불쌍한 것이 불평 없이 마냥 걷기만 하다가
모래둔덕에 쓰러져 죽는다 해도
타고난 품성의 참을성으로 행렬의 맨 마지막
가쁜 숨결 하브르는 거둘 것인가
그도 살면서 광야를 달리는 말들의 질주와
사바나 평원을 어슬렁거리는 사자 떼의 포효
그런 질풍노도의 기상 없었겠냐마는
늙은 낙타에게 남은 건 삶 위해 충실했다는 말뿐
먼 하늘 해와 달과 별과 바람은 알리라
그 우직한 마음과
내 어머니 같은 헌신적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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