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1 17:15
그때 생각이 - 이만구(李滿九)
내가 무슨 일로 깊이 잠겨 있을 때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잠 못 이루어 뒤척이다가 곤한 잠이 들었을 때
심연의 깊은 곳에서
내게로 다가와 머무는 것이 있었다
그때와 나는 똑같은 나일뿐인데
지금은 무척이나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
그때가 순수했다면 지금은 더 진실하다고 할까
그리 변한 것 없는데 스쳐가는 생각들이
더 많아져 나를 앞서서 간다
많은 낙엽이 바람에 스치고 간 뒤
크게 떠오르는 생각들, 그 진실을 이제야
잿빛 진주라 여기며 되새김하고 있는 걸까
잠시 고개 흔들고 다시 또 바라보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꿈은 사라지고
먼 세월 속에서 응축된 시어들이 있어
가을 들판에서 벼 이삭 줍듯 지울 수 없는 것들이
계절은 가고 무성했던 나무가
움츠린 고목, 겨울 나목이 되어 그때 생각조차
얼어붙은 동면을 취할 때 잊히려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침묵 앞에서 [1] | Noeul | 2018.01.03 | 533 |
80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Noeul | 2017.12.22 | 473 |
79 | 겨울 멜로디 | Noeul | 2019.12.28 | 391 |
78 | 도시의 겨울비 [1] | Noeul | 2020.05.13 | 360 |
77 | 걷다 오는 행길 [1] | Noeul | 2021.05.01 | 325 |
76 | 오레곤에 와서 [1] | Noeul | 2022.11.01 | 287 |
75 | 국화꽃 한 송이 | Noeul | 2024.02.08 | 254 |
74 | 여창의 달빛아래 | Noeul | 2024.02.04 | 212 |
73 | 가을에 핀 배꽃 | Noeul | 2023.01.14 | 203 |
72 | 길 위의 자유인 | Noeul | 2024.02.05 | 201 |
71 | 유월의 소나무길 | Noeul | 2023.06.24 | 184 |
70 | 도시의 야자수 | Noeul | 2024.05.11 | 156 |
69 | 국제전화 | Noeul | 2023.09.21 | 138 |
68 | 자카란다꽃 | Noeul | 2023.07.11 | 137 |
67 | 거울 속의 아버지 | Noeul | 2023.11.06 | 136 |
66 | 몽고반점 | Noeul | 2024.02.08 | 130 |
65 | 망향 | Noeul | 2023.11.24 | 124 |
64 | 외로운 별빛 | Noeul | 2024.02.08 | 123 |
63 | 노을 시선 80편 | Noeul | 2024.05.14 | 117 |
62 | 윤사월 붉은 봄꽃이 | Noeul | 2024.04.03 | 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