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3 16:27
국수 한 그릇 - 이만구(李滿九)
사는 것이 무언지, 그저 반겨주는 오늘
잠에서 깨어 거울 앞에 서 살펴보니
모습 추레하고 입맛도 예전 같지 않아
이럴 수 있는 가을 타는 하루라 생각했지
고국의 맛 짜파게티 끓여 먹던 주말
아내와 점심 나가하자니 혼자 가라 한다
재킷 걸치고, 집 근처 월남국숫집 가서
국수 한 사발 먹고 값 지불하려 하니
앞선 백인이 먼저 지불하고 갔다는 말
문밖, 그 사람은 벌써 떠나 찾을 수 없다
아주 모르는 사람이 베푼 국수 한 그릇
내가 무엇이 그리 측은해 보였을까
절실히 도움 필요로 하는 사람 찾아
오른손은 왼손 모르게 보시하는 건데
난 멋으로 빛바랜 오래된 모자 쓰고
단지, 산다는 것 잠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럴만한 이유 없는 날 왜 자선했을까
아무튼, 한 시절 살면서 살맛 나는 세상
가을 속 낙엽 지는 가로수길 걸으며
벽에 걸린 성체 액자 자꾸 눈앞에 밟힌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 | 여름 원두막 | Noeul | 2023.07.22 | 93 |
40 | 자카란다꽃 | Noeul | 2023.07.11 | 136 |
39 | 유월의 소나무길 | Noeul | 2023.06.24 | 183 |
38 | 그때 생각이 | Noeul | 2023.06.21 | 109 |
37 | 봄날의 정원 | Noeul | 2023.06.14 | 79 |
36 | 여름산 | Noeul | 2023.06.14 | 73 |
35 | 산유화 앞에서 | Noeul | 2023.06.14 | 69 |
34 | 아침 둘레길 | Noeul | 2023.06.14 | 62 |
33 | 천년의 바위 | Noeul | 2023.06.14 | 62 |
32 | 겨울 덤불숲 | Noeul | 2023.06.14 | 67 |
31 | 초여름 아침햇살 | Noeul | 2023.06.14 | 60 |
30 | 차창 밖 풍경 | Noeul | 2023.06.14 | 58 |
29 | 9월의 가로수 | Noeul | 2023.06.14 | 59 |
28 | 어머니의 빨랫줄 | Noeul | 2023.06.14 | 59 |
27 | 박꽃 | Noeul | 2023.06.14 | 57 |
26 | 소풍 | Noeul | 2023.06.14 | 51 |
25 | 한 편 만들기 | Noeul | 2023.06.14 | 46 |
24 | 이월의 바람 | Noeul | 2023.06.14 | 45 |
23 | 네 안에 내 모습처럼 | Noeul | 2023.06.14 | 48 |
22 | 길 잃은 새 | Noeul | 2023.06.14 | 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