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유지
여성주의 시를 검색하다가 문정희의 시 <물을 만드는 여자>를 발견했다. .
문정희의 시를 즐겨 읽었지만 처음 만나는 시, 그런데 최고네요! 여자, '대지의 어머니'가 되다 이 시는 여성의 배뇨를 소재로 한 시다. 시인은 딸들에게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고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네 몸속의 강물’이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한다.
그 소리는 ‘세상을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다.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2004)
이 시에는 “여성성 안에는 대지(大地)적인 무한한 생명력이 있는데,
거기서 여성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시인의 믿음이 굳건히 담겨 있다.
여성의 배뇨는 단순한 생리 현상에 지나지 않지만 시인은 ‘서서가 아니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여성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배뇨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그 ‘몸속 강물소리’는 세상의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여자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가 된다. 완강한 바위를 갈겨주는 대신
보름달 탐스러운 화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면, 대지와 한 몸이 되고
생명의 환호가 들려오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딸을 ‘내 귀한 여자’라고 부르는 까닭도 거기 있다. '오줌 누는 소리'를 기꺼이 노래한 시인 ~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파일 업로드 중... (0%)
여성주의 시를 검색하다가 문정희의 시 <물을 만드는 여자>를 발견했다. .
문정희의 시를 즐겨 읽었지만 처음 만나는 시, 그런데 최고네요!
여자, '대지의 어머니'가 되다
이 시는 여성의 배뇨를 소재로 한 시다. 시인은 딸들에게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고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네 몸속의 강물’이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한다.
그 소리는 ‘세상을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다.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2004)
이 시에는 “여성성 안에는 대지(大地)적인 무한한 생명력이 있는데,
거기서 여성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시인의 믿음이 굳건히 담겨 있다.
여성의 배뇨는 단순한 생리 현상에 지나지 않지만 시인은 ‘서서가 아니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여성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배뇨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그 ‘몸속 강물소리’는 세상의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여자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가 된다. 완강한 바위를 갈겨주는 대신
보름달 탐스러운 화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면, 대지와 한 몸이 되고
생명의 환호가 들려오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딸을 ‘내 귀한 여자’라고 부르는 까닭도 거기 있다.
'오줌 누는 소리'를 기꺼이 노래한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