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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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Chuck

Ode to joy.

사돈은 늘 남의 말을하고 (성선경)


거북이가 아주 급한 걸음으로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이를 보는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심술궂게 한 말씀 하시는데

"너! 토끼와 경주에서 또 졌다며"

옆으로 와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아주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사자는 따라오며 또 놀리는데

다정하게 붙어서 놀리는데

"야! 너 가방이나 벗고 뛰지 그랬니?"

아주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 멈춰

척 허리 버팀을 하고

거기 사자를 보고 한 말씀 하시는데

"야! 이년아 머리나 좀 묶고 다니지?"

한 말씀 던지고 뒤도 안 보고 가는데

엉금엉금 빨리도 가는데

이를 보고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야! 너 정말 가방 안 벗을 거냐?"

심술궂게 또 야지를 놓는데

거북이는 제 갈 길이나 꾸벅꾸벅 가면서

"미친년! 머리나 좀 묶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벅꾸벅 가면서

엉금엉금 꾸벅꾸벅 가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엉금엉금.

               <현대시학 201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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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가 나는 난해하다. 읽다가 맥을 놓치기도 하고

아예 덮어버리기도 한다.

지인은 난해한 세상을 읽기에 그들도 힘든거라고

그런다.

시는 외롭거나 높거나 쓸쓸하다.

간혹 시 한 편 읽고 개그콘서트를 본 것처럼

다소 어정쩡하거나 어이없어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