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시가 있는 아침] 6·25 - 25 
-전봉건(1928~88)   


  어머니는 

솥뚜껑을 열어놓고

보리밥을 푸다가

죽어 있었다

누렁소는

가래를 맨 채

밭이랑을 베고

죽어 있었다

아버지는 

밭머리에 앉아서

막걸리 바가지를 

기울이다가 죽어 있었다

어린 동생은

제 머리통만한

개구리 참외 반쯤이나 먹다가

죽어 있었다

모두 그렇게 죽어 있었다

죽음 밖의 죽음을

죽어 있었다
전후 모더니스트'라 불리는 시인 전봉건은 연작시 '6·25'를 쓰다가 끝맺지 못하고 작고하였다. 
지병인 당뇨가 악화되어 작고했지만 그의 내면의 지병은 위생병으로 징집되어 전선에서 경험한 
6·25 전쟁의 상흔과 북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6·25' 연작시에는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전쟁의 고통과 참상이 흑백 영화 같은 터치로 담담히 그려진다. 전쟁에 승자와 패자가 있는가. 
모든 것을 죽이는 메두사의 잔혹한 살인광선이 있을 뿐이다. 죽음 밖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좋은 전쟁도 없거니와 나쁜 평화도 없다"라는 프랭클린의 말이 떠오르는 날이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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