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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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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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 (2021-1)

 

시각장애인처럼 더듬더듬 불안해진다

1.5배속으로 올린다 불안의 속도는 느릴수록 빨라지므로

길과 귀 사이로 이마에 생겨난 표식이 먼저 달려 나가면 데미안의 망토 같은 바람이 펄럭인다 볼륨을 올리면 파란 약을 삼킨 하늘도 무선으로 날아오른다 햇살과 그늘의 온도차는 화씨 십도쯤의 거리

 

한 입에 톡 털어 넣어도 좋을 방황을 만나고 헤어져도 좋았는데

 

오래된 엄마는 한 번도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

챕터 사이로 흐르는 효과음, 소라껍질 속으로 파도의 목소리를 따라 모바일색 벽돌로 이어진 유럽의 뒷골목이 자란다 네 발 달린 악마에게 가슴줄을 채우고 끌고 간다 끌려간다

아브락사스의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홀로그램의 표정이 익어간다

 

어린 책장에 꽂혀만 있던 엄마의 목소리, 목마른 강아지의 두 눈에 밑줄을 친다

눈 둘 곳 없는 백색 소음은 소슬한 바람으로 채색되고

 

이제 막 전쟁이 끝난 듯한 고요의 마을 위로 새 한 마리 날아오르는 클라이맥스, 새의 그림자처럼 빠르게 구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기형적으로 빼앗기는 장면이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다루지 못하는 고립의 기억, 젖니 빠지듯 빠져나가버린 문장들이 몰래 모아둔 마음으로 이명처럼 걸어온다

 

결말처럼 집이 가까워오는데

싱클레어와 데미안 사이 구부정한 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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