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5
어제:
180
전체:
5,032,374

이달의 작가
2021.08.16 14:41

오디오북

조회 수 1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오북 

이월란 (2021-1)

 

시각장애인처럼 더듬더듬 불안해진다

1.5배속으로 올린다 불안의 속도는 느릴수록 빨라지므로

길과 귀 사이로 이마에 생겨난 표식이 먼저 달려 나가면 데미안의 망토 같은 바람이 펄럭인다 볼륨을 올리면 파란 약을 삼킨 하늘도 무선으로 날아오른다 햇살과 그늘의 온도차는 화씨 십도쯤의 거리

 

한 입에 톡 털어 넣어도 좋을 방황을 만나고 헤어져도 좋았는데

 

오래된 엄마는 한 번도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

챕터 사이로 흐르는 효과음, 소라껍질 속으로 파도의 목소리를 따라 모바일색 벽돌로 이어진 유럽의 뒷골목이 자란다 네 발 달린 악마에게 가슴줄을 채우고 끌고 간다 끌려간다

아브락사스의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홀로그램의 표정이 익어간다

 

어린 책장에 꽂혀만 있던 엄마의 목소리, 목마른 강아지의 두 눈에 밑줄을 친다

눈 둘 곳 없는 백색 소음은 소슬한 바람으로 채색되고

 

이제 막 전쟁이 끝난 듯한 고요의 마을 위로 새 한 마리 날아오르는 클라이맥스, 새의 그림자처럼 빠르게 구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기형적으로 빼앗기는 장면이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다루지 못하는 고립의 기억, 젖니 빠지듯 빠져나가버린 문장들이 몰래 모아둔 마음으로 이명처럼 걸어온다

 

결말처럼 집이 가까워오는데

싱클레어와 데미안 사이 구부정한 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024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023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022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021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020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019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018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01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0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01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014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9
1013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012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1011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1010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1009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008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1007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006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