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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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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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1. 상상임신 4

  2. 이 남자 3

  3. 잔치국수

  4. 유턴

  5. 부활

  6. 난간에서

  7. 화상을 입다

  8. 가짜 귀고리

  9.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0. 달팽이의 하루

  11. 입양아

  12.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13. 부음

  14. 낙엽

  15. 타임아웃

  16. 야경

  17. 동백 아가씨

  18.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 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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