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1
어제:
338
전체:
5,022,110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조회 수 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4
1024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1023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1022 노을 5 이월란 2021.08.16 54
1021 마스크 이월란 2021.08.16 55
1020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1019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018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1017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1016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63
1015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1014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74
1013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012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011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1010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009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1008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109
1007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1006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