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3
어제:
184
전체:
5,020,798

이달의 작가
2021.08.16 14:35

클래스 바 (Class Barre)

조회 수 1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0-6)

 

늙은 아들이 칠순 노모를 모시고 왔다

젊을 때 발레를 하셨어요, 잘 따라 하실 거에요

 

아빠처럼 뒤돌아보는 시선과

어린 딸처럼 남겨진 시선이 무대를 가른다

흘끔거리던 조명이 눈을 깜빡이고

 

엉거주춤 휘말리다 일인용 바에 매달린 꿈

한 때 발레리나를 꿈꾸었지

어린 딸에게 토슈즈를 신겨도 보았지

객석이 아닌 무대이고픈

 

보랏빛 레오타드가 앙상하다

한 번 넘어지면 결코 다신 일어나지 못해

아직 고통이 남아있어요

외발로 쳐든 고통은 아직도 안전해요

 

무덤가로 날아간 튜튜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뱅그르르 협곡을 돌아 나오는 기나긴 꿈

아라비안 소녀처럼 아라베스크**,

인중 아래 숨이 멎는다

 

슬퍼서 가엾다면 백조로 변하게 해 주세요

이미 뛰어내릴 절벽은 없어요

 

파르르르 파문이 퍼지면

혼돈의 호수에 빠진 백조의 꿈을 건지러

돌아온 아빠의 깃털이 어린 노모를 덮었다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요가, 모던 댄스를 접목한 운동

**발레 기교의 하나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는 곧게 뒤로 뻗친 자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6
24 낙엽 이월란 2015.03.30 122
23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1
22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21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20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19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18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109
17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16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4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3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2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74
11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10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63
9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8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7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6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