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2
어제:
306
전체:
5,022,945

이달의 작가
2021.08.16 14:41

오디오북

조회 수 1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오북 

이월란 (2021-1)

 

시각장애인처럼 더듬더듬 불안해진다

1.5배속으로 올린다 불안의 속도는 느릴수록 빨라지므로

길과 귀 사이로 이마에 생겨난 표식이 먼저 달려 나가면 데미안의 망토 같은 바람이 펄럭인다 볼륨을 올리면 파란 약을 삼킨 하늘도 무선으로 날아오른다 햇살과 그늘의 온도차는 화씨 십도쯤의 거리

 

한 입에 톡 털어 넣어도 좋을 방황을 만나고 헤어져도 좋았는데

 

오래된 엄마는 한 번도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

챕터 사이로 흐르는 효과음, 소라껍질 속으로 파도의 목소리를 따라 모바일색 벽돌로 이어진 유럽의 뒷골목이 자란다 네 발 달린 악마에게 가슴줄을 채우고 끌고 간다 끌려간다

아브락사스의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홀로그램의 표정이 익어간다

 

어린 책장에 꽂혀만 있던 엄마의 목소리, 목마른 강아지의 두 눈에 밑줄을 친다

눈 둘 곳 없는 백색 소음은 소슬한 바람으로 채색되고

 

이제 막 전쟁이 끝난 듯한 고요의 마을 위로 새 한 마리 날아오르는 클라이맥스, 새의 그림자처럼 빠르게 구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기형적으로 빼앗기는 장면이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다루지 못하는 고립의 기억, 젖니 빠지듯 빠져나가버린 문장들이 몰래 모아둔 마음으로 이명처럼 걸어온다

 

결말처럼 집이 가까워오는데

싱클레어와 데미안 사이 구부정한 길이 사라지고 있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오타사죄 이월란 2010.06.07 377
724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 2010.03.15 494
723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722 오일장 이월란 2009.07.29 346
721 오리가족 이월란 2011.05.10 307
720 오려두기와 붙여넣기 이월란 2009.07.27 486
719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128
717 오독(誤讀) 이월란 2008.12.10 265
716 오늘은, 삶이 2 이월란 2009.04.14 267
715 오늘은, 삶이 이월란 2009.04.07 251
714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360
713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28
712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711 옛날에 우린...... 이월란 2008.05.10 408
710 예감 이월란 2010.04.18 424
709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708 영혼 카드 이월란 2010.12.26 407
707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706 영매(靈媒) 이월란 2009.06.06 345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