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2
어제:
245
전체:
5,032,666

이달의 작가
2008.05.07 13:51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조회 수 579 추천 수 7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이 월란





오랜만에 딸과의 데이트
그동안 피터지게 싸운 혈전의 잠정적인 휴전파티
그녀는 내게 가장 높은 산이었고
가장 거친 파도였다

그녀는 요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다닌다
엘모인형같은 서양아이들의 긴 속눈썹이 만드는
짙은 그늘이 부러워 매일 소화가 안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난 이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넘지 못할 산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후에
밀려오는 시퍼런 물살에 몇 번 까무라친 후에
비로소

날 할퀴던 그 손톱이 부러질까 더 걱정하는
내 이름은 엄마였다
나의 피붙이가 갑자기 눈물겹도록 사무쳐
그녀의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싼다

갑자기 질겁을 하며
그녀의 입술이 전하는 신중한 경고문
엄마가 내 또래로 보인대잖아
엄마가 날 만지면 우린 레즈비언이야
밖에선 제발 건드리지 마세요

간들거리며 멀어지는 그녀의 뒷통수에
흘겨 꽂히는 내 눈동자
무안함 속에 찔끔 나왔던 눈물이
환희의 눈물로 둔갑한 뒤 쏙 들어간다

강한자여 그대 이름은
어머니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세월 앞에 무릎 꿇고도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하는

그대
아름다운 그대 이름은
여자였다고
                        
                                 2006-12-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5 애모 이월란 2008.05.07 635
364 애설(愛雪) 이월란 2009.10.17 402
363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362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361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360 야누스 이월란 2010.02.12 370
359 야바위 이월란 2010.02.15 329
358 약속 이월란 2009.09.23 282
357 약속 2 이월란 2012.02.05 331
356 약속 없는 나라 이월란 2009.11.21 323
»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이월란 2008.05.07 579
354 어느 시인 이월란 2008.05.09 327
353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246
352 어둠과 나무 이월란 2011.10.24 396
351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350 어둠의 입 이월란 2009.06.10 311
349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348 어떤 사랑 이월란 2008.05.10 243
347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346 어린 결혼 이월란 2010.04.27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