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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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9.12 02:03

영혼 받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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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받아쓰기



이월란(09/09/10)



넋이란 넋은 모조리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발성은 명확하지 않다
발음은 극히 내세적이다
철자법은 왜곡된 세월을, 유린당한 과거를
돌아볼 때마다 철따라 바뀐다
외래어 표기법처럼 국경을 넘을 때마다 애매모호해진다
까탈스런 초등 여교사의 적당히 불러주기처럼
오늘 받은 백지 가득, 영혼 받아쓰기
소리나는대로 쓸까?
연음법칙에 맞춰 쓸까?
구개음화에 빗대어 쓸까?
격음화 현상에 비춰 쓸까?
혼이 빠진 혼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맛이 간 수험생
혼돈을 설계도로 받아쓰라니
무질서의 질서를 서술하라니
폐허의 건물 속을 누비는 케이블 전선처럼 구불구불
경로는 꼬였고 조리 없는 중복과 삭제의 남발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의 영상 한 컷은
기억의 절음법칙에 물들고
평균을 깎아내리는 문제아의 답안지는 붉은 X표가 난무한다
철 바뀌면 묻어가듯 올라가는 새 학년의 새 교과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축에도 끼지 못하는
사차원을 받아적는 삼차원의 손목이 뻐근하다
기분 나쁘게 혀꼬이는 세컨드 랭귀지의 음절은
영혼의 폭동에 가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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